(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금융권에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직원들의 은퇴시기를 늦추고 사회적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를 확산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로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대상이 극히 적은데다 임금과 담당 업무에 대한 만족도도 낮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민 우리 하나 외환 산업 수출입은행 등이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있다. 주요 은행 가운데 신한은행과 농협은 아직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은행연합회가 노사 합의를 이뤄 임금피크제 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공기업 중에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캠코 등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임금피크제가 가장 활성화된 곳은 국민은행으로 400여명의 직원이 적용을 받고 있다. 신보도 131명이 적용을 받고 있다.
반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12명과 16명으로 제도의 취지가 퇴색된 상태다. 캠코는 37명에 대해 적용 중이며 기보와 주택금융공사도 각각 4명과 8명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인 만 55세 이전에 퇴직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임금피크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치화 금융노조 홍보부장은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이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정년 때까지 남아 있는 직원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체감 정년이 50세에 불과한 상황에서 임금피크제가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오 부장은 "은행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직원들의 실적 압박과 업무 강도가 높아져 조기 퇴사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 임단협에서는 정년 보장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들의 임금 수준은 금융공기업이 은행권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캠코는 만 56세부터 4년간 기존 연봉의 80%, 70%, 55%, 40%를 지급한다. 총 245%로 임금피크제 시행 기업 중 최고 수준이다.
기보는 만 56세부터 75%, 65%, 50%, 40%로 4년간 230%를 받는다. 주택금융공사는 4년간 190%, 신보는 만 55세부터 5년간 230%를 받게 된다.
은행은 대부분 만 56세부터 5년간 250%를 지급한다. 연간 50% 수준으로 금융공기업의 연간 55%보다 다소 낮다.
특히 외환은행은 만 56세부터 4년간 평균 170%를 지급해 임금 수준이 가장 낮았다.
한편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는 적용 전보다 크게 떨어졌다.
은행권의 경우 임금피크제 직원들은 영업점 감사 등 업무 지원에 관련된 일을 맡는다. 금융공기업도 부서 자문역, 민원 상담역, 대외기관 파견 등 핵심 업무에서 물러나게 된다.
한 금융공기업에서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고 있는 직원은 "임금도 적게 받는 데다 주변 업무만 맡다 보니 근로 의욕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라며 "장기 근속자의 노하우를 활용한다는 당초 취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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