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서민과 영세업자들을 두 번 울리는 불법 사채업자들이 활개치는데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자치단체와 사법기관은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겠다며 불법사채 근절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업자들 사이에서는 "단속에 걸려도 벌금 몇백만원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된 상황이다.
대부업체 직원 A씨는 대부업의등록및금융이용자보호에관한법률 위반죄로 기소돼 최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대부업자 B씨와 함께 2006년 5월부터 1년 3개월간 75명에게 연리 304.9%(제한 이자율은 49%)로 모두 1억1천900만원을 빌려줬다.
2007년 9월부터는 B씨로부터 독립해 대부업 등록도 하지 않고 7개월간 11명에게 같은 이자율로 8천200여만원을 빌려줬다.
실제 이자를 얼마나 챙겼는지는 조사되지 않았지만, A씨는 100만원을 빌려주면서 선이자로 15만원을 공제하고 2만원씩 65일간에 걸쳐 원금과 이자를 갚도록 했으니 부당이득과 벌금을 단순 비교하면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검찰은 대부업법 사건의 경우 이자로 챙긴 돈이 억대에 못 미치고 재범, 악성 채권추심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대신 약식기소해 벌금형을 유도하고 있다.
#사례2.
광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년여간 영세 건설업자 등을 상대로 무등록 대부업을 한 C씨에 대해 최근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경찰은 C씨가 2억원의 이자를 챙기고 담보 건물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채무자를 위협까지 한 것으로 보고 검찰의 지휘를 받아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지만,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며 다시 기각했다.
일부 검찰과 경찰 사이에는 "대부업법 사건으로 영장을 발부받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돼 대형 사건이 아닌 한 불구속 수사가 원칙처럼 굳어지고 있다.
이처럼 대부업법 사건에서 불구속 수사-약식기소-벌금형의 과정이 되풀이돼서는 사회 전반으로 퍼진 불법사채를 뿌리 뽑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한 인사는 20일 "약식기소가 잦고, 선고된 벌금이 대체로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가벼운 경향이 있다는 인식에 공감한다"며 "경찰, 검찰, 법원 등 각 단계에서 더욱 엄정한 법 적용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업법 위반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광주지방경찰청은 불법 사금융과 관련해 전남지방경찰청에서 분리된 2007년 7월 이후 36건 101명, 지난해 170건 238명, 올해 현재까지만 209건 298명을 적발해 해마다 그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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