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 구직단념자 9년來 최고

2009-04-2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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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 이유 비경제활동인구에 머무는 비율 폭발적 증가

미국발 금융불안으로 촉발된 경기침체가 우리나라의 고용 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취직을 포기한 구직단념자가 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공식 실업률에 잡히지 않고 숨어있는 실업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21일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을 보면, 3월 구직단념자는 17만1000명으로 1년전 10만명에 비해 70.5% 증가했다.

구직단념자가 17만명을 상회한 것은 지난 2000년 3월 19만1000명 이후 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우리나라 구직단념자는 외환위기의 여파로 2000년 1월 23만6000명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3만9000명(2002년 12월)으로 줄었지만, 또다시 증가 추세를 돌아서 구직단념자는 6년여만에 4배 이상 증가하게 됐다.  
 
구직단념자 외에도 취업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비경제활동인구에 머무르는 사람의 비중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총 1587만5000명) 중에서 육아나 가사업무, 노령 및 심신장애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0.1%, 35.7%, 12.5% 로, 이 같은 수치는 10년 전과 비해 구성 비율이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육아의 경우 10년전인 1999년 7월(13.5%)보다 오히려 감소한 후 10%대를 유지하며 안정된 상태다. 가사 역시 지난 10년간 34~37% 사이를 움직이고 있으며, 노령과 심신장애 비중 역시 2003년께 15%대로 오른 후 이후 점차 감소세를 보이며 10년 전인 12%대와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에 반해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이나 진학 준비, 군입대대기, '쉬었음'이라고 답변한 사람들은 10년 전 7%대에서 최근 3개월간 15%대를 기록, 증가율이 2배에 이른다.  

인구구성상 군입대 인구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음을 감안해보면 취업과 진학 등의 이유로 크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고등교육기관에 졸업한 사람이 10년만에 672만명(1999년 3월 )에서 1198만4000명(2009년 3월)으로 78%나 늘어난 것을 통해 진학 역시 취업을 위한 '투자'로 볼 수 있다.

이는 결국 취업의 어려움 때문에 비경제활동인구에 머무르는 사람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아울러 어렵사리 고등교육에 진학했더라도 또다시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졸자의 경제활동참가율(15세 인구 중 경제활동인구)은 최근 3개월 연속 76%대를 기록해 10년전(2000년 1~4월) 4개월 연속 76%대를 기록한 이후 가장 악화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국제무역 확대나 기술진보 등으로 일자리는 점차 양분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기악화로 일자리 자체가 없거나 있더라도 구직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곳만 있다"며 "결국 내수가 확대되고 서비스업에서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고용한파 왔는데 완전고용?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 우리나라는 실업률이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한다.

2009년 OECD 통계연보(factbook)을 보면,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3.2%(2007년 기준)로 아이슬란드(2.3%)와 노르웨이(2.6%)에 이어 3위 수준이다.

고용 한파가 본격화된 3월에도 4.0%에 불과했다.

일자리 이동 등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마찰적 실업을 감안하면 거의 완전고용 수준인 셈이다.

하지만 비경제활동인구에 숨어있는 실업을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업률은 비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한 15세 이상 인구만을 대상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비경제활동인구이 아무리 늘어나도 이를 반영하지 않는 '맹점'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공식 실업률 통계를 발표할 때 구직단념자(U4)나 단시간 근로자 등 불완전 취업자(U6)를 포함한 실업률을 함께 발표한다.

LG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에 미국의 U6를 적용했을 때 2007년 상반기 실업률이 8.1%로, 공식 실업률(3.4%)의 두배가 넘는다고 밝힌 바 있다.

김종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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