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 만점에 41점과 59점. 출범 1년을 맞은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다.
한 부동산정보업체가 실명인증을 한 회원 15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00점 만점에 평균 40.69점, 영산대 부동산연구소가 부산·울산·경남지역 부동산전문가 3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59점을 받았다.
성적표 치고는 너무나 초라한 낙제점이다. 너무 가혹한 평가라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리꾼이나 전문가들은 신뢰하기 어렵거나 잘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것 만큼은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1년 동안 무려 17번에 달하는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개편, 전매제한 완화, 지방미분양 대책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대책이 워낙 많이 쏟아지다 보니 전문가들도 헷갈릴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만구를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날 생각을 않고 있다. 특히 서울 한복판까지 확대된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해결 방안은 만만치 않다.
미분양 아파트나 신규주택을 취득할 경우에 5년간 양도세를 경감(비과밀 100%, 과밀 60%)해준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수도권 분양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약효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처방전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약효가 너무 약한 것을 투여하거나 때를 잘 못 선택했다는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미분양 주택을 취득할 경우에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면제해주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하지만 이미 때를 놓친 것이다. 이 제도는 작년 여름 업계가 요구할 때 나왔어야 했다. 오히려 수도권 미분양은 살리겠지만 지방 미분양 문제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건설회사들의 모임인 한국주택건설협회 한 임원의 얘기다. 이 임원의 얘기처럼 제대로된 처방약를 제 때에 투입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얘기다. 오히려 '찔끔찔끔' 대책으로 시장의 기대와 내성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금 부동산시장의 핵심은 잠자고 있는 수요를 어떻게 깨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수요가 살아나야 미분양도 해소되고 부동산시장도 정상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분양은 분양가를 낮추면 쉽게 해결된다는 주장도 없지는 않지만 쉬운 일만은 아니다. 분양가에 거품이 있다면 당연히 빼야 하지만 지금의 부동산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문제도 있지만 수요곡선 자체가 이동하면서 발생한 측면도 있다.
과밀억제권역이냐 아니냐, 강남3구냐 아니냐에 따라 차등화된 정책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이제는 생각해 볼 일이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은 과거 수도권 집중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지 부동산 시장과는 전혀 상관없는 부분이다. 시장에 관한 정책은 시장에 맡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수요을 창출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다. 그래야 1년 뒤에는 낙제점을 벗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