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경기침체 우려와 정부 당국의 정책적 대응 사이에서 1000포인트 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당국의 금리 인하, 경기부양책 등 각종 대응책으로 그나마 하방경직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본격화되면서 지수 상승을 강하게 짓누르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10월24일 전저점(938.75)을 찍은 이후 반등해 한달 이상 1,000선 주위를 맴돌고 있다.
지난달 초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등에 힘입어 단기 반등하면서 1100선을 잠시 웃돌기도 했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으면서 그 효과가 오래가지는 못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증시는 물론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국가들에 공통된 현상이다.
최근 국내 증시의 이 같은 장세에 대해 한양증권 김지형 연구원은 6일 "실물 경기 하강과 정책 대응 간의 팽팽한 대결구도가 펼쳐지고 있다"며 "완벽한 승자가 가려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대투증권 곽중보 연구원도 "코스피가 박스권 내에서 등락을 지속하며 쉽사리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지수 상단은 실물경제 침체 부담으로 막혀 있고, 하단은 글로벌 정책 당국의 정책지원과 가격 매력 등에 의해 지지받고 있어 양쪽 모두 돌파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해석했다.
문제는 지수상승을 가로막고 있는 경기침체 우려는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이미 사실상 경기침체 국면에 돌입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11월 수출이 작년 동기보다 18.3%나 감소하는 등 경기 침체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규모 내수 부양책과 금리 인하,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대출에 대한 자산관리공사(캠코) 자금 투입, 은행채 매입 등 잇단 정책 대응으로 금융시장 안정과 실물경기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같은 정책 대응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고 다만 급격한 지수 하락을 막아주는 버팀목 역할만 하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경기호전 등 특별한 돌파구가 없는 한 현재 같은 박스권을 탈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수 하락시 업종 대표주 위주의 저가매수나 배당주 매입 등 틈새 전략을 권고하고 있다.
대신증권 성진경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현재 같은 박스권 장세를 벗어나려면 시장에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모여져야 한다"며 "경기가 내년 상반기 저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본격적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곽중보 연구원도 "결국은 경기가 좋아져야 주식시장도 약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국내 증시의 추세적 상승은 어렵기 때문에 특히 연말을 맞아 배당투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혜승기자 harona@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