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매각 사실상 무산… M&A시장 악영향 우려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따른 주가폭락으로 기업 인수ㆍ합병(M&A)이 성사를 앞두고 무산되거나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동국제강은 2일 쌍용건설 채권단 대표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인수 건을 최소 1년간 유예하는 조건부안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캠코가 인수 유예 요청을 받아들이 않을 것으로 보여 쌍용건설 매각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동국제강은 지난 7월 쌍용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여러 차례 시한을 연장해 가며 캠코와 협상을 벌였지만 인수가격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 동국제강은 주당 3만1000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이후 쌍용건설 주가는 급락을 되풀이하며 이날 현재 5000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동국제강은 인수가격조정에 나섰으나 캠코가 조정한도인 5% 이상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꺾지 않아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건설 인수를 포기할 경우 동국제강은 입찰보증금 230억원을 날릴 수 있다.
이처럼 쌍용건설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M&A 시장 대기 매물인 금호생명, 대우조선해양, 유진투자증권, C&그룹 계열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생명 상장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검토했다가 증시가 침체에 빠지면서 매각 결정을 내렸으나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삼성전자도 세계 최대 낸드플래시 메모리카드 제조업체인 샌디스크 인수를 추진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샌디스크 주가가 크게 떨어진데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매각도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대우조선해양 노조 저지로 2주째 실사조차 못하고 있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M&A 계약을 체결할 때는 인수가격이 높았지만 증시 급락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낮아졌다. 차라리 계약금을 포기하는 것이 손해가 덜하다고 보기 때문에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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