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나드는 등 상품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품시장 전반에 걸쳐 가격 조정이 멀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펀드매니저의 상당수가 주요 상품가격이 앞으로 10~20% 가량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9일 보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가격 조정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상품가격의 상승 추세는 이어질 것이며 가격이 하락할 경우 투자자금이 추가로 유입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신문은 전했다.
올초 상품가격 랠리에 동참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상품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으며 이미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추가 매수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IHT는 분석했다.
지난 수년간 중국을 선두로 인도 등 이머징마켓의 경제 성장과 함께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품가격이 급등했으며 미국 경제가 신용위기로 출렁이고 있지만 본격적인 침체에 빠지지 않는 한 이머징마켓의 상품 수요 역시 급격한 변화를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대형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포트폴리오에서 상품 투자 비중을 줄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며 새로운 자금이 계속해서 이어져 들어오고 있는 것도 이머징마켓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전력 생산과 건설에 많이 사용되는 원유와 구리의 가격 변동폭이 큰 것도 이들 상품이 인프라스트럭처에 있어 필수적인 자원이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한 가운데 구리 가격은 t당 800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구리 가격은 지난 4월17일 t당 8880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상품시장의 단기적인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수주안에 유가를 비롯해 주요 상품가격이 10%에서 많게는 20% 가까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런던앤캐피탈의 애쇽 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가격 급등시 시장에 들어왔던 투자자들은 대부분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투자했다"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권고한다. 쟝-끌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주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4%로 동결한 뒤 "유로존의 인플레가 우려된다"고 말해 금리인상 시기가 멀지 않았음을 시사해 달러 약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역시 지난주 인플레 추이에 주목하고 있으며 달러 약세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달러 가치가 주요 통화에 대해 크게 올랐다.
원유 거래가 주로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경우 상대적으로 원유 가격이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스테남애셋매니지먼트의 케빈 아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은 일정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라면서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상품시장의 강세가 5~10년 정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국제유가는 최근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과 달러 강세로 큰 폭 하락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산유국과 석유 소비국의 회담을 제의했다는 소식도 유가 하락 재료로 작용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4.19달러(3%) 떨어진 배럴당 134.35달러를 기록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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