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돋보기] '안전 사각지대' 반지하 주민들…햇빛 보려면 '얼마나' 필요할까?
2024-10-29 16:54
지난 2022년 내린 폭우로 반지하 주민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반지하 주거 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지만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지하 입주민들에게 지상층 이주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반지하 주택의 비극
2022년 8월 9일 폭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이 고립돼 숨졌다. 이들은 빗물이 반지하로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침수 신고를 했지만 소방 당국이 도착했을 땐 이미 물이 가득 들어찬 상황이었다.
당시 이웃 주민들은 "주민들이 방범창을 뜯어내고 이들을 구하려고 노력했으나 물이 몇 초 만에 차올랐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숨진 일가족 중에는 발달장애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같은 날 서울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 주택에서도 50대 여성이 사망했다. 여성은 폭우로 집이 물에 잠기자 대피했지만, 이후 반려견을 구하기 위해 다시 들어갔다가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세도 전세도 '보증금 2배 이상'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9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 8만6886가구 중 지상층의 평균 전세 보증금은 2억2195만원, 지하층의 평균 전세 보증금은 1억457만원이었다. 지하층에서 지상층으로 이동하려면 전세 보증금이 평균 1억1738만원, 약 2배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월세의 경우 지상층은 평균 보증금 8539만원에 월세 50만9000원, 지하층은 평균 보증금 3810만원에 월세 40만7000원이었다. 지상층이 지하층보다 보증금은 4729만원, 월세는 10만3000원 더 비쌌다. 전월세 모두 보증금을 2배 이상 부담해야 이동할 수 있는 셈이다.
지상층과 지하층의 격차로 정부의 지원을 받더라도 지하층 주민의 지상층 이동은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이 의원실은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반지하 주민이 지상층으로 이동 시 5000만원을 무이자로 지원해 주는 '비정상거처 이주지원 전세자금대출 사업'이 있지만 반지하와의 보증금 격차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는 쉽지 않다.
LH는 반지하 임대주택 입주민을 지원하는 '반지하 입주민 주거상향' 사업 또한 실시하고 있으나, 대상인 1810가구의 중 약 절반인 909가구만 이주를 완료했다. 지하층 입주민이 지상층으로 이사하면 2년간 기존 지하층 임대조건을 그대로 적용하고 이사비 60만원도 지원해 주지만, 2년 뒤에는 결국 본인이 직접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지하 주택 없애는 서울시
서울시는 각종 재해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의 점진적 소멸을 위해 자율주택정비사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지난해 ‘반지하 주택 해소를 위한 2023년 제1차 자율주택정비사업 매입임대주택 매입’ 공고를 내고 오는 2026년까지 반지하 주택 100곳을 정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전·주거 환경 등이 취약한 반지하 주택은 점진적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반지하 가구 수는 2005년 58만7000가구, 2010년 51만8000가구, 2015년 36만4000, 2020년 32만7000가구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많은 주민들이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반지하 침수 피해 줄이려면?
반지하는 창문에 물막이판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 물막이판은 주로 아크릴이나 철판으로 만든 판으로, 물이 집 안으로 들어와 침수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특히, 침수 시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모래주머니를 쌓아 건물 출입구나 현관문 등에 차수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모래주머니는 간편하게 설치가 가능하며 집이나 건물 안으로 물이 빠르게 들어오는 것을 막아 침수 피해를 예방하는 데에 효과적이다.
침수 우려가 있는 주택이라면 집안과 집 주변의 하수구와 배수구가 막혀있지 않은 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하수구나 배수구가 쓰레기 등으로 막혀있을 경우 빗물이 원활하게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침수 위험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