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바이든, 공세 재개..."트럼프 거짓말 엄청나"
2024-07-17 16:48
바이든, 자신감 있는 연설로 흑인 표심 다잡기
트럼프 정책에 다시 포문...총기규제·흑인 일자리 등 정책 이슈
일부 실수 여전하나 '사퇴압박' 신세로 농담도
트럼프 정책에 다시 포문...총기규제·흑인 일자리 등 정책 이슈
일부 실수 여전하나 '사퇴압박' 신세로 농담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미수 사건 이후로 잠잠하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대중 연설에 나섰다. 그는 정치적 분열 사태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선 강력히 비판했다. 개인의 인신공격은 자제하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짓말을 엄청나게 한다(lying like hell)"고 지적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ABC뉴스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 최대 흑인 민권단체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 연례대회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피격 사건 이후로 나선 첫 대중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3일 전 피격 사건을 언급하며 '통합'을 내세웠다. 그는 "이 나라가 이토록 과열된 상황에서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라며 "트럼프 암살 시도가 있는 지 며칠밖에 안 됐다. 우리는 그와 그의 가족을 위해 계속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우리 정치가 너무 과열됐다"며 "우리는 모두 열기를 줄이고 어떤 형태로든 폭력을 규탄해야 할 책임 있다. 미국에서 우리는 적이 아니라 친구이며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훈훈한 통합 메시지는 여기까지였다. 나머지 연설 30분 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전 발언에 대한 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정쟁) 온도를 낮춰야 한다고 해서 당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 것을 멈춰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책적 차이를 부각하고, 그의 이전 발언을 다시 꺼내 비판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 개인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피격 얼마 전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를 과녁 중심에 놓자"고 했다가 15일 NBC뉴스 인터뷰에서 사과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후보를 향한 총격 사건이 벌어지고도 잠잠하던 '총기 규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날 그는 "미국에서 총격으로 죽은 아이들이 다른 어떤 이유보다 많다. 정말 충격적이고 역겹다"고 소리쳤다. 이어 그는 미국의 총기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TV 토론에서 미국 남부 국경을 넘은 이민자들이 저임금, 고강도 육체노동이 필요한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한 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트럼프가 이에 대해 엄청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흑인 실업률은 바이든-해리스 정부'에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자신이 흑인 일자리를 제대로 알고 있다며 본인의 러닝메이트 '카멀라 해리스'를 언급하고, 본인이 함께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을 소개했다. 그는 "흑인 일자리가 뭔지 안다"며 자메이카·인도계인 해리스 부통령을 거론하고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라고 답했다. 관객들이 환호가 이어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해리스가 부통령 외에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라고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캠프의 정책이 흑인 유권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2기 정책 방향을 담은 프로젝트 2025의 내용 가운데 투표의 자유, 낙태 금지, 사회보장제도와 의료보험 보장 약화 등의 내용을 언급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분의 자유를 거부하고 싶어 한다"고 직격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중 실수는 여전히 노출됐다. 그는 '프로젝트 2025'를 '프로젝트 2024'로 잘못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자신의 행정부가 도입한 임대료 인상 폭에 '5% 상한'을 둔다는 정책 내용을 발표 대본을 잘못 읽고 "55달러를 넘지 않는다"고 말해 약 2분 뒤 5%라고 정정했다.
이 같은 실수들은 여전히 노출됐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전반적으로 자신감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의 "워싱턴에서 친구를 원한다면 개를 키우세요"라는 말을 거론하며 "지난 몇 주 동안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 2주간 사퇴론에 휘말렸던 그의 신세를 비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