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노태우 비자금에 증여세 부과"…국세청 조사 나서나
2024-07-17 10:41
국세청장 후보자 "확인되면 당연히 과세"…추가 비자금 실체에 촉각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에 대한 국세청의 증여세 과세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국세청이 해당 자금을 '불법 통치자금'으로 보고 추가 조사에 나선다면 아직 환수하지 못한 6공화국 비자금 실체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서 드러난 900억원대 자금에 대한 과세 여부를 묻는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불법 정치자금의 시효가 남아 있고, 만약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이슈는 최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6공 비자금은 총 46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지만 기업들에서 뇌물로 받은 2680억원만 추징됐을 뿐 나머지 금액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공소시효가 지난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은 국고로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지만 가족들에게 승계된 자금은 상속·증여세법을 통해 과세가 가능하다.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과세관청은 50억원 넘는 재산에 대해서는 세금 부과제척기간이 지났더라도 해당 재산의 상속 또는 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노 관장 측이 주장한 '자금 메모'를 인지한 시점인 2심 판결일(2024년 5월 30일)을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 보면 징수권 행사가 가능한 셈이다.
이에 재용씨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채권 매입자금 중 액면가 73억5000만여 원의 실제 증여자는 전 전 대통령으로 봐야 하고 나머지 93억5000만여 원은 전 전 대통령 비자금일 개연성이 높다며 과세 요건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당국이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에 대한 과세 절차에 착수하면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체적인 비자금 규모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결과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