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인정 피해자만 1만5000여명... 논란의 '선구제 후구상' 가시화되나
2024-04-18 16:14
야당 5월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처리 예고
국민 혈세 투입 불가피···다른 사기사건과 형평성도
국민 혈세 투입 불가피···다른 사기사건과 형평성도
전세사기 특별법의 지원을 받는 피해자가 1만5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전세사기 피해 지원 방향이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5월 국회 본회의에서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예고하면서다. 회수 불가능한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에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공재원이 사용될 수 있는 데다, 사인(私人) 간 사기 피해에 대해 정부가 나서 구제해 준다는 선례를 남기게 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국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포함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해당 법안은 소관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안은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비롯한 채권 매입기관이 사들여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고, 추후 HUG 등이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특별법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으면 경공매 유예, 우선매수권 청구, 저리대출 등을 지원받을 수 있으나 간접적인 지원책으로는 피해 회복이 어려운 만큼 정부가 우선 보증금을 지원하는 등 선구제를 하고 나중에 이를 회수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초 간담회에서 개정안에 대해 “(전세사기) 피해금에 최대한 근접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주는 내용이라서 반대하는 것"이라며 "정부 재정으로 언제든지 에인절(천사) 역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를 통해 인정받은 전세사기 피해자는 총 1만5433명이다. 이들의 평균 보증금이 1억~2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들에게 일부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최소 1조5000억원에서 최대 3조원 이상의 기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 간 사기 사건에 대해 정부가 직접 구제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 적절한 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선구제를 할 경우 보이스피싱 등 다른 사기 사건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HUG가 매입하는 구상채권은 회수가 불가능한 부실채권일 가능성이 큰 만큼 세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며 "또 전세사기에만 이 방식을 적용하면 다른 사기 사건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와 함께 명확한 원칙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