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가 신흥시장의 인공지능(AI)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올해 들어 80% 넘게 급등하며 고점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신흥국 시장은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월가 주요 기관들은 신흥국 AI주에 베팅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투자 운용의 지타니아 칸다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리는 AI를 신흥시장의 성장 동력으로 본다”며 “지금까지는 반도체 등 직접적인 AI 수혜주에 투자했으나, 앞으로는 수익 향상을 위해 AI를 채택한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신흥시장 증시가 올해 반등하며 시가 총액이 1조9000억 달러(약 2574조원)가량 늘어난 가운데 그 중심에는 AI주가 있다. TSMC, SK하이닉스 등 대만 및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상승분의 90%를 차지했다.
 
신흥시장 주가가 올해 들어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게 월가의 판단이다. 엔비디아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5배에 달하지만, 아시아 주요 AI 기업들의 PER은 12배~19배 사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신흥국 기술 기업의 순이익이 평균 61%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동종 기업들의 상승 여력은 20%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일례로 한국 한미반도체의 주가는 올해 120% 넘게 급등해 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베트남 대표 정보통신기술(IT) 기업 FPT는 올해 약 20% 올랐다.

신흥국 중심의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올해 유입된 자금 중 절반 이상이 중국 제외 ETF인 iShares MSCI EM ex-China ETF로 유입됐다. 이 ETF에 포함된 기업들 중에서도 TSMC, 미디어텍 등 대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월가는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인도 등도 눈여겨 보고 있다. 사우디 텔레콤과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는 밀착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인도 억만장자 무케시 암바니가 이끄는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인도판 챗GPT 스타일의 챗봇을 개발하는 등 AI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 신흥 시장은 미국 주식 시장과 밀접해, 미국에서 AI주 매도세가 일어나면 신흥시장 역시 하락세를 피할 수 없다. 또한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광범위하게 확산하면서 다른 분야가 가파르게 오른다면, 지금까지 급등세를 보였던 AI주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