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적자, 적자'···악 소리나는 조달비용·충당금에 저축은행 '적자행진'

2024-02-13 16:00
KB·하나·우리금융저축은행 모두 적자전환
신한저축은행 전년 대비 순이익 22% '뚝'
충당금 추가 적립 압박·이자 비용 증가 영향
올해도 혹한기 예상되자 몸집 줄이는 업계

[사진=아주경제DB]
저축은행 업계의 적자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과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충당금 적립 강화 요구로 저축은행업권은 10년 만에 연간 기준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저축은행을 제외한 4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은 지난해 모두 적자로 전환했다. 순손실 규모는 △KB저축은행 906억원 △우리금융저축은행 491억원 △하나저축은행 132억원에 달한다. 신한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99억원이다. 유일하게 마이너스는 면했지만 이 역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2% 뚝 떨어진 규모다.  

업계에서는 아직 실적이 나오지 않은 저축은행 다수가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업계 누계 순손실은 총 1413억원으로 79곳 중 38곳이 적자였다.

저축은행업계가 적자로 돌아서는 가장 큰 이유는 충당금 추가 적립 때문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본 PF전환이 안 되는 브리지론은 예상손실 100%로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라고 요구하자, 저축은행 업계의 지난해 하반기 적자폭이 크게 확대됐다.

대표적으로 KB저축은행은 지난해 연간 기준 브리지론 대출자산 1831억원 가운데 54.61%에 해당하는 1100억원을 부실채권(NPL)으로 분류해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적자 전환했다. KB저축은행의 경우 대손충당금은 △1분기 236억원 △2분기 138억원 △3분기 166억원 △4분기 830억원으로 누적 1370억원을 적립했다.

저축은행이 순손실을 기록하는 또 다른 배경에는 이자 비용 증가가 있다. 한국은행이 2022년 하반기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2번 밟으면서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자 금융권에선 예금 금리 인상 경쟁에 불이 붙었다. 당시 저축은행도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 모시기에 나섰고 한때 예금 금리는 연 5% 중반까지 치솟았다.

고금리 예금 상품 판매는 지난해 하반기 관련 상품의 만기가 집중적으로 돌아오면서 고스란히 저축은행 업계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저축은행들의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 지난해 3분기 누적 이자비용은 4조48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저축은행은 올해도 실적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고금리 특판 상품을 줄이고 이자 비용을 관리하면서 긴축 영업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곧 하향세였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올 1월 연 4%대가 깨졌으며 13일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3.78%다. 당분간 예금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저축은행의 PF 충당금 적립률이 아직 6%에 불과한 만큼 올해 혹한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감원은 이날부터 저축은행을 포함한 제2금융권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해 지난해 결산실적에 충당금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지난해 결산 실적의 경우 브리지론 관련 충당금 적립으로 손실 부담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수연 선임애널리스트는 "높은 조달 금리로 의미 있는 수준의 예대 마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