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이뤄진 중·러와의 소통…'관계개선' 물꼬 틀까

2024-02-10 06:00
조태열 장관 취임 27일 만에 中왕이 부장과 50분 통화
한·중 외교장관 통화서 교류 공감대
尹정부 출범 후 첫 러시아 당국자 방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6일 취임 후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상호 인사를 겸해 첫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와 연이은 소통에 나서면서 한·미·일 밀착 행보로 소원했던 중·러와의 관계에 올해에는 개선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오후 9시부터 50분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통화했다. 조 장관 취임 이후 약 한 달 만에 한·중 외교수장 간 직접 소통이 이뤄진 것이다. 왕 부장은 조 장관을 중국으로 초청했고, 조 장관도 편리한 시기에 방중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자고 화답했다.

양측은 한·중관계를 중시하고 이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또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교류·소통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도 공감했다. 이 외에도 한·중 외교안보대화, 외교차관 전략대화, 1.5트랙 대화 등의 협의체가 조기에 개최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왕 부장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통화에서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며 "중국은 시종일관 한국을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삼고 있다. 새해 중·한 관계에 새 국면을 열자"고 말했다. '먼 친척'은 미국을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또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며 중·한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잘 지켜 양국 관계가 안정적인 발전의 궤도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통화가 미뤄지면서 일각에서는 서먹해진 한·중 관계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이번 통화로써 이런 우려는 불식시켰다. 조 장관의 방중이 성사된다면 2022년 8월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이 양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중국을 방문한 이후 2년여 만이다.

다만, 왕 부장이 오는 3월 중국의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계기로 외교부장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 후임으로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거론되는 가운데, 새 외교수장의 임명은 중국 외교 기조의 변화 여부와도 맞물려 이번 한·중 외교장관 통화를 기점으로 소통의 끈이 이어질지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한·러는 지난 1~4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차관이 비공개 방한을 계기로 고위급 소통을 이어갔다. 루덴코 차관은 주한러시아대사를 지낸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김홍균 외교부 1차관, 정병원 차관보,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만났다. 

우리 측은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엄중한 입장을 전달하고 러시아 측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북핵 문제와 관련한 양국 간 소통을 지속하는 것이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데 공감하면서 관계 관리 의지를 서로 확인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러시아 당국자가 방한하면서 양국 관계에 대한 관리 의지를 보였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러 군사협력, 무기 거래 등 여전히 예의주시해야 할 사안이 많다. 정부는 이러한 정황을 지켜보면서 국제사회에 북·러 간 불법 거래 사실을 알리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루덴코 차관 방한 중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편향적"이라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의 논평으로 우리 정부가 주한러시아대사를 초치해 엄중하게 항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