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경제 베트남, 본격 물류 강화 시동
물류는 경제의 중요한 서비스 산업으로, 각 지역을 연결하고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혈관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베트남은 경제 성장 속도에 비해 물류 산업 발전 속도가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과 같은 수출 주도형 경제에 있어 물류 산업은 경제 성장 전체를 좌우하는 요소이다. 도로 운송에 크게 의존하는 베트남의 화물 운송 구조는 높은 물류비를 초래하면서, 베트남 상품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이어진다. 이에 베트남은 본격적으로 물류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2023년 세계은행 발표에 따르면 베트남은 물류 발전 측면에서 160개국 중 64위를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신흥 물류시장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물류 서비스 비용은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상업 및 운송 인프라가 부족하고 물류 자원과 투자 자본도 제한되어 있다.
물류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프라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에 베트남은 2025년까지 3000㎞의 고속도로, 2030년까지 5000㎞의 고속도로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와 함께 해안도로, 공항, 항만 인프라도 함께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제도, 기술적 인프라 확충도 시급하다. 물류 산업 관련 제도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베트남은 물류 산업에 대한 여러 규정이 발표됐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만들어지지 않았거나 여전히 복잡한 상황이다. 운송 및 물류 인프라가 상호 동조를 이루지 않아 복합 운송 통로(Multimodal Transport)를 만들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전 세계적인 환경 변화도 베트남 물류 산업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 절감 등 친환경, 녹색화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 물류 기업들 역시 이에 발맞추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베트남 계획투자부의 쩐 주이 동(Tran Duy Dong) 차관은 "현재 문제는 물류를 국내 수요를 충족하고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면서,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향해 전 세계적인 녹색 물류 개발 추세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중요한 경제 부문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인프라 향상을 위한 노력들도 점차 나타나고 있다. 최근 베트남 디지털 전환 컨설팅 기업 FSI는 미국 글로벌 반도체 기업 퀄컴과 손잡고 물류 산업 최적화 및 글로벌 공급망 관리 효율성에 도움이 되는 물류 디지털 전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퀄컴의 티에우 프엉 남(Thieu Phuong Nam)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총괄 이사는 FSI와 퀄컴의 협력은 전반적인 물류 산업, 특히 공급망 모니터링 최적화에 효과적인 디지털 전환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있어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이를 통해 물류업체가 상품 손실을 줄이고 자산 안전을 보장하는 동시에 많은 물류 및 주문 처리 활동에서 시간을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베트남이 지역적으로 물류 산업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곳은 남부 메콩강 하류의 메콩 삼각주이다. 메콩 삼각주는 쌀, 수산물, 과일 등의 산지가 집중되어 있어 물류 수요가 매우 크고, 쌀과 과일 수확기에는 더욱 그렇다. 메콩 삼각주 지역은 베트남 쌀 생산량의 약 50%, 쌀 수출의 95%, 양식 생산량의 65%, 수산물 수출의 60%, 과일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의 물류 잠재력은 크지만 물류 인프라는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메콩 삼각주 지역은 수로 운송 개발에 많은 이점과 큰 잠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륙 수로 운송은 현재 매우 제한된 규모로 집화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
베트남 물류 서비스 산업 협회(VLA)의 레 꽝 쭝(Le Quang Trung) 부회장은 메콩 삼각주 경제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물류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항만 시스템 부족, 특히 수출 컨테이너 운송 선박을 위한 심해항이 부족한 것이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업 및 어업에 사용되는 냉장 및 저온 저장 시스템도 부족하다.
VLA에 따르면 13개 지역이 위치한 메콩 삼각주 지역에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수는 현재 베트남 물류 기업 수의 약 4.39%에 불과하다. 이는 현재 지역의 물류산업이 매우 부족하고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창고와 물류 시스템이 충분치 않아 껀터 항구 클러스터가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메콩 삼각주 지역의 허우강에 진입하는 현재 대형 선박의 수로는 1만~2만톤급 선박의 운항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쩐 비엣 쯔엉(Tran Viet Truong) 껀터시 인민위원장은 메콩 삼각주에는 수직 및 수평 고속도로, 지방 도로 및 도시 간선 도로가 있지만 여전히 초기 건설 투자 단계라고 전했다. 내륙수로의 경우, 대부분의 항만과 부두는 영세한 규모이고 대형 여객항과 화물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레 꽝 쭝 부회장은 농수산물 등 주요 제품이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입될 수 있도록 메콩 삼각주를 캄보디아, 까이멥-티바이 지역과 연결하는 더 많은 수로 경로를 연구하고 개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항만기업 소와트코(Sowatco) 팜 하이 아인(Pham Hai Anh) 부사장은 대규모 물류센터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바지선 운송을 활용하고 내륙항(ICD)에 투자하는 것을 제안했다.
베트남은 앞으로 국가 내 물류 인프라 강화를 넘어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에도 본격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좁게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크게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과 물류 네트워크를 강화해 수출입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베트남 상공부의 수출입국 쩐 타인 하이(Tran Thanh Hai) 부국장은 현재 자유무역협정(FTA)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세계 경제권으로 통합되는데 있어 여러 모로 지정학적 이점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앞으로 베트남 물류 서비스 산업은 글로벌 물류 공급망에 더욱 깊이 참여할 뿐만 아니라 발전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기업들이 자유 무역 협정, 특히 차세대 FTA가 제공하는 기회를 활용하여 무역 진흥을 촉진하고 물류 분야의 투자 및 국제 협력을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베트남에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물류 센터, 특히 첨단 기술 물류 센터 등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물류 및 운송 기업 GEODIS 베트남 지사의 챈들러 소 최고경영자(CEO)는 "베트남은 동남아의 역동적인 개발 도상국"이라며 "유럽과 미국의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에 베트남은 지속가능성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염두에 두고 각 무역 파트너들과 효과적인 물류망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