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강명주 지지옥션 회장 "철저한 가치평가·권리분석 통해 내집마련 가능…전자입찰제 도입 시급"

2024-01-23 05:00
1983년 최초 경매정보지 창간…브로커 독점 깨고 유료화
회사 신뢰도와 만화로 차별화…AI 서비스도 제공
2-3회 유찰물건에 관심…약보합세 속 경매시장 진입 추천

강명주 지지옥션 회장이 서울 용산구 청파동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작년 한 해에만 총 14만7000건 정도의 부동산 경매가 진행됐습니다. 한달에 1만건이 넘는 셈이지요.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지만 위험한 물건인지 철저한 권리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는 업체가 필요합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청파동 사옥에서 만난 강명주 지지옥션 회장은 창립 이래 40년간 명실상부 국내 경매정보제공업체 1위 자리를 지켜온 배경으로 정확한 정보 제공과 회사에 대한 신뢰도를 꼽았다. 1983년 국내 최초로 경매정보지를 창간해 경매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하기 시작한 지지옥션은 최근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강명주 회장은 "부동산 경매는 한 번씩 유찰될 때마다 가격이 20~30%씩 깎이니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데, 대신 위험한 점도 많다. 소멸되지 않고 인수해야 할 권리가 있는지 등을 철저하게 분석해주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요즘 경매정보를 제공하는 업체가 대략 10곳은 되는 것 같은데, 신뢰도와 정보력 측면에서 (우리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창립 40주년…브로커에 맞서 경매정보 일반인에 제공하기 시작
"1983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지면을 아직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찍어내고 있습니다. 지면 구독은 사실 엄청 적자 나는 서비스예요. 하지만 제주든, 먼 지방 어디든 저희 지면을 원하는 독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앞으로도 쭉 지면을 만들 생각입니다." 

지지옥션은 매일매일 전국 각지 법원에서 열리는 경매 정보를 모두 지면에 실어 제공한다. 그는 "인터넷만 들어가면 경매 정보를 다 공짜로 볼 수 있어 구독자가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독자가 1명이면 1부를, 10명이면 10부를 찍겠다는 게 나의 신념"이라고 말했다. 

지지옥션 사이트에 들어가면 여타 경매 제공업체들과 또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카툰경매'란 이름으로 연재되는 만평 시리즈다. 강 회장은 20여년간 주 1~2회씩 경매 만평을 그려 홈페이지에 연재해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강 회장이 2000년부터 23년간 그려온 경매 만평 1254컷을 담은 서적 '경공매부동산 카툰공매'를 출간하기도 했다. 경매의 기본 개념부터 경매업계 이슈, 부동산 시장 전반의 흐름 등을 한 컷 만화로 직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강 회장은 고려대 학보사 기자 시절, 당시 독재 정권을 비판하는 시사만화를 교내 신문에 연재하며 죽음의 문턱까지 가기도 했다. 당시 중앙정보부로 끌려갔다가 고초를 겪은 뒤 다시는 만화를 그리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2000년 들어 인터넷으로도 경매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하며 타 사이트에서 콘텐츠를 쉽게 베껴가는 일이 빈번해졌고, 남들이 흉내 내지 못하게 차별화하기 위해 다시 붓을 잡게 됐다. 

대학시절 학보사에서 이름을 날리던 그의 꿈은 신문사 사장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본금 등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혔다. 종합신문이 아닌 정보 전문지를 만들기로 결심한 그의 눈에 부동산 경매가 들어왔다. 법원에서 나오는 경매 공고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일반 참여자들의 접근이 어려운 시절이었다. 법원 앞 열람대장에서 좋은 정보를 먼저 가로채가는 브로커들 때문이었다. 1983년 '계약경제일보'를 창간한 배경이기도 했다. 

경매 기일을 앞둔 법원에 가 정보를 모으고, 이를 정보지에 담아 법원 앞에서 나눠줬더니 사람들이 몰렸다. 처음에는 무료로 나눠주다가 한 부당 1000원에 팔았고, 인기가 높아지며 2000원에 팔아도 줄을 서서 사갔다. 브로커들로부터 협박도 받았지만, 그들이 찢어간 정보를 '누락 정보'로 계약경제일보에 따로 싣자 호응이 더 커졌다. 결국 브로커들마저 두손두발 들었고 계약경제일보는 후불제에서 선불제로 바꾸는 등 성공을 거뒀다. 2000년 들어 계약경제일보의 앞글자를 따 지지옥션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지금은 누적 유료회원 수 41만명을 확보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강명주 지지옥션 회장이 용산구 청파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경매 만평이 실린 책을 펼쳐보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AI로 경매 낙찰가 예측…"전자입찰 도입돼야 경매시장 활성화"
올해부터는 AI를 통한 낙찰예측시스템(ALG 3.0)을 신규 론칭했다. 지지옥션의 경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경매 진행과 시장분석 변수를 적용한 인공지능 학습인 ALG 3.0 서비스는 경매 낙찰시기와 낙찰금액을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경매 적정가만 제시하던 기존의 ALG 2.0에서 이번에는 업계 최초로 경매 회차별 유찰 및 낙찰 여부, 이에 따른 적정가격을 제시한다. 사내 AI 전문가 10여명이 모인 연구 조직을 통해 경매 입찰자나 채권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꾸준히 연구개발 중이다. 

강 회장은 "경매의 매력은 무엇보다 한 번 유찰될 때마다 20~30%씩 가격이 내려가는 점인데, 권리분석을 잘못해 손해 보는 사람도 많다. 시세 대비 70% 수준으로 싸게 샀는데, 알고 보니 30% 넘게 갚아야 할 돈이 있다면 손해"라며 "손해 보지 않으려면 권리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 권리분석 현황 조사부터 앞으로 이익이 얼마나 나고 비용이 얼마나 들지 전부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경매정보제공업체의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지옥션은 기본기부터 철저하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현장사진도 훨씬 다양하게 찍고, 이제는 독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AI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 먹거리로 부동산 조각투자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강 회장은 "요즘 가축과 미술품에도 조각 투자를 하는 세상인데, 몇억원이 아닌 100만원을 가지고도 많은 사람들이 건물 투자에 관심 갖게 되면 좋겠다"며 "큰돈을 가진 투자자만 자산운용사를 통해 이익을 남길 게 아니라 소액 투자자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들이 있지만 상황이 어려운 곳이 많다고 안다. 지지옥션이 나서면 시장의 관심이 더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매시장이 더 활성화되려면 전자입찰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공매는 전자입찰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경매는 아직까지 직접 법정에 가야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강 회장은 "참여자가 제한될 수밖에 없어 경매 활성화에 역행하는 제도"라며 "채권자의 신속한 채권회수와 채무자의 신속한 채무정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있고, 입찰자가 정해진 날에 직접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도 낭비라고 생각한다. IT 강국인 만큼 좀 더 빠른 입찰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싶다"고 전했다. 
 
"입문자는 실거주 중심 접근 추천…부동산 보는 시각 달라져"
강 회장은 올해 경매시장 전반에 대해서는 약보합세로 전망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경매물건이 매월 늘어나고 있는데 한동안 높은 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었던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상품도 종료되기 때문에 경매물건 증가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스트레스 DSR 도입 등 대출한도 축소가 매수세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지금도 수요자들은 2~3회 유찰된 물건을 중심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며 "따라서 낙찰가율도 상승하기는 어려운 시점이다. 작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경매지표가 다소 호전되기는 했지만 올해도 약보합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30 청년층의 경매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경매를 통한 부동산 투자는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강 회장은 경매 입문자라면 실거주 입장에서 주택 중심으로 물건을 살펴보라고 말했다. 상가나 토지 등은 주택보다 따져야 할 것들이 많고, 환금성도 더욱 낮아서다. 실거주한다는 마음으로 자신이 잘 아는 지역이나 평소에 관심 갖고 있던 지역, 매매가나 전세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저는 경매를 두고 ‘국립 부동산 할인매장’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쉽게 부동산 거래방식의 하나라고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물론 권리분석에 대한 리스크와 낙찰 후 명도에 대한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스스로 가치평가와 권리분석을 하다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과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달라집니다. 명도 역시 대부분 완만한 협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행여 협의가 안되더라도 법원의 힘을 빌려 내보낼 수도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을 가질 필요 없습니다. 부동산을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목적으로 여러가지 분석을 해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같을 수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