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교수 "한번 훼손된 문화재, 원래 형태로 복원 어려워"

2023-12-20 08:46
"'솜방망이 처벌'로는 문화재 지켜낼 수 없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경복궁 담벼락 앞에서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들이 전날 누군가가 스프레이로 쓴 낙서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2023.12.17 [사진=공동취재]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한번 훼손된 문화재는 원래 형태로 복원하기가 어렵다며, 문화재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경복궁 담벼락이 최근 ‘낙서 테러’로 얼룩져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심장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데다 해외 관광객이 꼭 방문하는 곳이기에 더욱더 뼈아픈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2008년 숭례문 방화 사건이 떠올랐다고 말한 그는 “숭례문부터 경복궁까지 ‘문화재 테러’가 자행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서 교수는 “다행히 어제 저녁 범인들을 잡았고, 범행을 시인했다고 한다”며 “지금까지 사례를 봤을 때 ‘솜방망이 처벌’로는 문화재를 절대로 지켜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특히 한번 훼손된 문화재는 원래 형태로 복원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모든 국민이 반드시 깨달아야만 한다”며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는 외국 손님들에게 문화재를 널리 알리려면 우리 스스로 먼저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하고 도주한 10대 2명은 지난 19일 검거됐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범행 사흘 만인 이날 오후 7시 8분께 경기 수원 집에서 A군(17)을 체포했다. 경찰은 뒤이어 오후 7시 25분께 여성 B양도 근처 주거지에서 검거했다.
 
A군과 B양은 지난 16일 새벽 경복궁 담장 일대에 스프레이를 이용해 ‘영화꽁짜’ 문구와 함께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문구 등을 낙서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불법영상 공유 사이트 낙서를 쓰면 돈을 주겠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고 경북궁에 낙서 테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범행은 모방 범죄로 이어졌다. 지난 17일 오후 20대 남성 C씨가 낙서로 훼손돼 복구 작업 중인 경복궁 담벼락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4m 길이의 특정 가수와 앨범 이름을 낙서했다. C씨는 범행 하루 만에 자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