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킴 "안무가도 작곡가처럼 표시해 달라"...'저작권' 현실화 논의 첫발

2023-12-11 17:32
안무저작권학회, 1회 학술대회 개최
국내 도입까지는 실무상 문제 산적

리아킴 원밀리언 공동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원밀리언댄스스튜디오에서 열린 안무저작권학회 제1회 학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백소희 기자]

"독일, 미국은 안무저작권이 보편적인데, 왜 우린 없죠? 세계적으로 K-팝 위상이 뜨는데 한몫한 안무는 그만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원밀리언댄스스튜디오에서 열린 안무저작권학회의 제1회 학술대회에 참석한 안무가들과 법조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제 노래뿐만 아니라 안무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법조계와 문화계에도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안무저작권이 국내에 정착하기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국내에 참고할 만한 안무저작권 등록 절차가 전무할 뿐더러 협업이 대다수인 창작 과정 특성상 저작권자를 특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성명표시권' 보장 시급…침해 사례 빈번"
YG가 올린 걸그룹 'BABY MONSTER' 안무 영상에는 안무 창작자가 표시된 반면, MBC 음악중심 방송에는 작곡·작사가 표시만 있다. [사진=YGX, MBCkpop 유튜브 채널]

안무가들은 학술대회에서 '성명 표시권' 보장이 가장 시급하다고 꼽았다. K-팝이 음악 방송이나 SNS상에서 공연이 이뤄질 때 작곡·작사가가 표시되는 것처럼 안무가도 표시해 달라는 주장이다. 성명 표시권은 연극·뮤지컬 등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폭넓게 보장받는 권리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표한 공연예술출연·저작재산권·양도 표준 계약서에는 실연자에 대한 성명 표시권을 규정하고 있다. 

김민정 법무법인 휘명 변호사는 학술대회에서 "성명 표시권은 창작자·실연자·예술가들에게 명함과 같은 중요한 권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무 쪽에서 이 권리에 대한 침해가 너무나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계약서에 내용이 없더라도 저작권법에 따라 인정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안무가들은 성명 표시권 보장 필요성에 대해 '금전적 대가'보다는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아 건강한 창작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리아킴 원밀리언 대표는 "창작 활동을 해도 돌아오는 것들이 크지 않은데, '모든 걸 쏟아부어서 해야 할 일인가'란 고민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해외에 더 훌륭한 분들이 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표준 계약서도 없어...해외는 보호 단체 활발
문화체육관광부가 공표한 공연예술출연계약서. [사진=김민정 변호사]
 
하지만 안무가들은 이 같은 권리 보장이 실제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를 꼬집었다. 안무가들을 위한 표준 계약서가 없는 데다 개인인 안무가가 고객인 회사를 상대로 저작권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는 어려운 탓이다. 한국실용무용학회 고문인 이언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실제로 불만을 토로하지만 회사에 전달하기는 어렵다. 쟁송까지 나가는 경우도 없다"며 "선배 안무가나 대형 댄스팀이 공정한 계약서 선례를 쌓아가는 게 후배들에게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저작권 등록 과정이 안무 창작 과정과 맞아떨어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한 곡에 대한 안무가 완성되는 과정에는 시안을 보낸 안무가, 퍼포먼스 담당 직원 등 여러 사람을 거친다. 저작권법상 공동 저작물은 모든 공동 저작권자가 동의해 등록해야 하는데, 그 범위와 기여도를 정하기가 애매모호한 것이다. 안무저작권 등록 절차상 복제물 선정 문제, 무용저작물의 하위 형태로 분류되는 점 등도 쟁점이다.

반면, 국외에서는 안무저작권을 두텁게 보장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기존 창작자 저작권 보호 단체에 안무가까지 포함해 단체 차원의 저작권 협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역시 1976년부터 '연극저작물'을 저작권법에 따로 명시해 '무용 동작과 유형이 일련의 동작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구체적 저작권 기준까지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