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출·퇴근 기록관리 프로그램' 써보니…"시스템 보완 필요"
2023-11-14 17:42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13일 '공짜 야근'을 근절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그간 포괄임금제를 오남용해 초과근무를 한 근로자에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것이다. 고용부가 내놓은 방안은 공공 '출·퇴근 기록 관리 프로그램'. 영세사업장이 프로그램으로 근로시간을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이달 시범 운영 이후 12월 정식 배포한다.
주요 정보 찾기 어려워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 다국어를 제공하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주민은 226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인구의 4.4%에 해당한다. 특히 영세사업장이 많은 공단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다수 근무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사용 촉진을 위해서는 다국어 제공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이번 출·퇴근 기록관리 프로그램은 한국어만을 지원했다.
출·퇴근 기록관리 프로그램은 근로시간 기록과 관리가 어려운 영세사업장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상시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을 염두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무직이 많은 사업장에서는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PC에 설치해 사용할 수 있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PC 한 대에 설치하면 관리자가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상시근로자가 많거나 근무 형태가 다양한 기업들은 민간 근로시간 기록관리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공공 출·퇴근 기록관리 프로그램은 PC에서만 가동된다. 외근이 잦은 영업직 사원, 가전 설치기사 등 직종에 따라 활용이 어려울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업이 스마트폰 앱을 제공하는 민간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원 예산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출·퇴근 시간, 실제 근로시간 아냐"
다만 출·퇴근 기록관리만으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워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주 입장에서 근로자가 출·퇴근 시간을 기록해도 실제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사업주 A씨는 "평소 근로자들에 지문을 찍어 출·퇴근시 기록을 남기도록 한다"면서도 "하지만 근로자가 실제로 일을 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근로자가 퇴근 기록을 저녁 늦게 남기고 추가근로 수당을 요구하지만, 성과는 그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게 A씨 설명이다.홍종선 한국경영자총협회 근로기준팀장은 "출·퇴근 관리프로그램을 활용하게 되면 실제 근로시간인지 등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우려된다"며 "사적 활용시간 등을 제거하는 게 노사 간 현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염하영 동화노무법인 노무사도 "근로시간을 기록관리할 여력이 있는 기업은 근로자가 입력한 출·퇴근 시간 뿐만 아니라 근로자 PC접속 기록 등 다방면으로 실제 근로시간을 체크한다"며 "영세사업장을 위한 지원 정책이 보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