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54년 식품 외길' 오뚜기...연매출 3조원으로 성장한 비결은 

2023-11-09 00:07
지난 8일 충북 음성 대풍공장 가보니...시장 점유율 1위 제품 8개 달해

충북 음성에 있는 오뚜기 대풍공장 카레 설비 라인. [사진=오뚜기]
'카레, 수프, 케첩, 마요네즈···.' 
이국의 음식이지만 한국인의 식탁 깊숙이 자리잡은 식품들이다. 동시에 오뚜기가 시장 1위를 기록 중인 식품군이다. 

지난 8일 기자가 찾은 충북 음성 오뚜기 대풍공장은 반 세기 동안 식품 외길을 걸으면서 탄생시킨 베스트셀러 제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집결지다. 최초·최다 수식어가 따라붙는 오뚜기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생산기지인 셈이다. 

대풍공장은 1위 제품의 산실로 불린다. 1969년 회사 창립과 함께 최초로 선보인 ‘카레’, 국민 소스인 ‘케첩’, ‘마요네즈’, 국내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포문을 연 레토르트(retort) 제품 '3분 요리', 발효 기술력으로 만든 '식초' 등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역시 시장 1위인 죽, 스프, 야채에 곁들여 먹는 드레싱도 대풍공장에서 생산된다. 대풍공장은 식품업계 최다 1위 제품을 생산하는 기지다. 

대풍공장은 오뚜기의 지난해 연매출 3조원을 돌파한 일등공신이다. 올해도 매출 3조원 달성이 무난할 전망이다. 이미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2조6000억원이다.
 
지난 8일 충북 음성에 있는 오뚜기 대풍공장 1층에 마련된 홍보관에서 김혁 공장장이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뚜기]
대풍공장의 지난해 생산 금액은 8641억원, 생산 중량으로 따지면 25만톤(t)에 달한다. 

김혁 대풍공장장(상무)은 "대풍공장에서는 지난해 18개 유형의 452가지 품목을 생산했다"면서 "올해는 최첨단 설비 도입으로 10%가량 생산 금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풍공장에서는 컨베이어 벨트가 쉼 없이 가동된다. 가장 먼저 방문한 마요네즈 생산라인에서는 기계로 용기에 내용물을 주입하고 컨베이어 벨트로 이동해 별 모양의 캡을 용기에 부착한다. 별 모양 마요네즈 캡 분출구를 도입한 것은 오뚜기가 최초다. 원형 분출구는 소스가 뭉개지는 단점이 있지만, 독자 기술로 개발한 별 모양 캡은 균일하게 제품이 배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1972년에 출시해 올해로 51살이 된 마요네즈는 독자적 기술을 적용해 현재 79%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판매된 마요네즈는 약 150만톤(t)으로 300g 튜브형 제품으로 환산하면 50억개에 이른다. 

미국인들이 즐겨 먹는 토마토 소스에 착안해 '한국형 토마토 케첩'을 처음으로 선보인 것도 오뚜기다. 케첩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토마토 개수는 14개 반(500g 기준)에 달한다. 고농축으로 만든 만큼 케첩의 시장 점유율은 91%(지난달 기준)로 압도적이다. 누적 판매량은 2020년 기준 약 141만t, 47억개에 이른다. 국민 1인당 91개씩 소비한 셈이다. 

대풍공장은 부지 10만4000여㎡에 건축 면적 2만6868㎡ 규모로 스마트 팩토리시스템, 해썹(HACCP) 관리, 효율적인 물류시스템, 인공지능(AI) 검사 시스템 등을 갖춘 첨단 미래형 공장이다.

이물·품질 검수도 기계로 이뤄진다. 제품의 이물질 혼입, 0.1마이크로미터(㎛) 핀홀, 유통기한 표기, 중량 미달 제품 등을 검사 설비에 설치된 3~5대의 폐쇄회로(CC)TV로 걸러낸다. 대풍공장 전체로 범위를 확대하면 설치된 CCTV는 450여대에 달한다. 

스마트 팩토리시스템을 도입해 생산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켰고, AI 검사 시스템으로 표준 견본과 입고된 포장재를 인공지능을 통해 비교 분석하며 디자인 오류 등을 사전 예방한다.

다관절 로봇도 생산라인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케첩 설비 라인에서는 총 4대의 로봇 팔이 제품을 포장한다. 로봇이 직접 박스를 접어서 케첩을 넣고 포장까지 마친다. 300g짜리 케첩은 1분당 130개가 생산되고, 시간당 7800개가 만들어진다. 

오뚜기는 대풍공장에서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이명원 오뚜기 마케팅팀 팀장(부장)은 "라면을 앞세운 기업들보다 해외 시장 개척 속도가 느린 편"이라며 "점유율 1위 제품, 타사가 갖고 있지 않은 차별화된 제품들로 해외 진출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