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더 있고 싶다고 해요"…높아지는 농촌유학 유지 목소리
2023-10-29 12:52
지난해 세 자녀와 함께 전북 진안 조림초등학교에 농촌유학을 온 김모씨는 농촌 생활에 크게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에서는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시간을 내 수영장을 가야 했지만 농촌에서는 하교 이후 자유롭게 개울가를 찾는다. 농촌유학생들이 재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생태체험까지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농촌유학만큼 자연에서 교육받을 기회가 없다"며 "농촌유학으로 학교 학생들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대법원은 서울시의회가 지난달 재의결한 '생태전환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생태전환교육 폐지조례)' 집행 정지 결정 신청을 인용했다. 해당 조례는 농촌유학 근거가 되는데 서울시의회는 "예산이 농촌유학에만 쓰이고 있다"며 기금 적절성을 문제 삼으며 만들어졌다.
국민의힘 주도로 해당 조례가 통과되자 서울시교육청은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폐지 의결안에 대해 대법원에 제소했다. 대법원이 집행 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본안 판결 때까지 조례 효력은 멈춘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서울시의회 예결에 들어가는 내년도 서울시교육청 농촌유학 예산 편성은 불투명하다. 서울시교육청은 '생태전환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전남·전북 학교에 농촌유학을 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지급한다. 폐지조례를 발의한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수가 적은 농촌유학생을 대상으로 들어가는 예산이라는 이유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족도 높아···84% "농촌유학 연장"
그러나 기자가 만난 농촌유학 참여 학생·학부모와 대상 학교 교사들은 농촌유학 중요성을 강조하며 '생태전환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농촌유학이 기후위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필요한 교육 기회이고 지역 활성화 측면에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농촌유학 사업을 운영 중인 지역 교육청에 따르면 농촌유학 사업 만족도는 높다. 전남교육청은 현재 학생 총 279명이 전남 16개 시·군 50개 초·중학교에서 농촌유학을 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만족도가 높아 학기 연장률이 84%에 달한다. 전북교육청도 총 84명이 8개 시·군 18개 학교에서 농촌유학 생활 중이다. 지난 8월 설문조사 결과 학기 연장률이 92%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남 완주 동상초에서 농촌유학에 참여 중인 자녀를 둔 이모씨는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인 자녀가 지난해 2학기 농촌유학을 와서 올해 2학기까지 1년간 있으려 했는데 기간을 늘릴 생각"이라며 "동상초에서 아이 졸업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가 자연 속에서 농촌 아이들과 어울리고 체험하는 생활을 즐거워한다는 것이다.
조림초 교사도 "현재 농촌 유학을 온 학생 15명 모두 학기 연장을 희망한다"며 "원래 농촌에 거주하는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도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북농촌유학 운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학생들은 "오랫동안 새 친구들이 우리 학교에 다녔으면 좋겠다", 재학생 학부모는 "유학생이 더 많아지고 지원도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지역교육청 "지역 활성화 위해 중요"
서울시교육청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농촌유학에 대한 장벽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교육청이 농촌유학생에게 지원하는 지원금이 전체 지원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농촌유학 중 가족체류형에 대해 월 30만원을 전라북도교육청에서 지원하고,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자녀 수에 따라 한 아이에 30만~60만원을 차등 지원한다. 조림초 학부모 김씨는 "농촌유학을 오기 전 돈 문제로 망설이긴 했다"며 "지원금이 삭감되면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실제로 지난해 폐지조례 이야기가 나오면서 농촌유학생은 감소 추세다. 전남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2학기 농촌유학생은 304명이었으나 올해 1학기 256명, 2학기 279명으로 줄었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전체 농촌유학생 중 서울시 참여 학생 비중도 계속 줄고 있다"며 "생태전환교육만큼이나 지역 학교 활성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