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속으로] SJM 마카오 오픈 개최지 마카오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
2023-10-09 13:33
전 세계 골프장 유랑기
한국에서 면적이 가장 작은 도시인 구리시보다 작고, 부산진구보다 약간 크다.
이처럼 작은 땅에 67만2800명(2022년 기준)이 산다. 인구 밀도는 ㎢당 2만300명이다. 세계 1위다.
이 속에 두 개의 골프장이 있다. 1993년 개장한 마카오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과 2007년 지어진 시저스 골프 마카오다.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장인 마카오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으로 향했다.
두 골프장 모두 마카오 남부에 위치했다. 마카오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은 최남단 해안가다.
마카오 공항과 6㎞ 거리에 있다. 차로 단 10분만 가면 된다. 마카오는 우버가 없다. 중국 휴대전화 번호가 있어야 콜택시를 부를 수 있다. 물론 중국어로 불러야 한다.
택시 기사에게 손짓·발짓으로 설명해 골프장에 도착했다. 입구는 다리 건너에 있는 홍콩 골프클럽을 연상하게 한다. 울창한 숲, 습한 날씨, 색 바랜 클럽하우스 등이다. 그 안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홍콩 누아르 영화에 나올 법한 분위기다. 백발노인이 회원 전용 라운지에서 수건을 두른 채 신문을 읽고 있었다.
환복 후 스타트 하우스로 향했다. 채는 이미 카트에 실려 있었다. 캐디의 이름은 '보이'. 중국인이라 영어가 서툴렀다.
티잉 구역으로 향했다. 좁은 페어웨이, 가파른 오르막으로 시작했다. 땅이 부족한 마카오가 실감 났다.
동반자는 중국인이다. 예의가 발랐다. 3번 홀 쯤, 모자를 깜빡한 그에게 여분의 모자를 선물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셰셰(谢谢)"라고 했다. 모자를 쓰기 전에는 잘 맞던 공이 모자를 쓰고 잘 맞지 않았다. 백스윙, 리액션이 커졌다. 그럴 때마다 호탕하게 웃었다. 그 소리마저 컸다.
티잉 구역에서 날린 공이 앞쪽 벙커에 빠졌다. 벙커 샷에 이어 퍼팅을 했지만, 굴러간 공은 홀을 외면하고 말았다. 아름다운 홀에서 아름답지 않은 플레이였다.
이후 이어지는 코스는 한국과 비슷했다. 한국 중에서도 부지가 모자란 18홀 느낌이다. 자칫 잘못하면 아웃오브바운즈(OB) 목과 해저드 목을 넘긴다.
9홀을 지나 잠시 그늘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중국 음료를 마시고 10번 홀로 향했다. 후반 9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던 12번 홀과 13번 홀 파5 홀이 나타났다.
500야드(약 457m)가 넘는 두 홀에서는 페어웨이, 러프, 그린 모두 언듈레이션이 있었다. 어려운 홀이다. 좋은 점수를 위해서는 꼭 넘어야 하는 상위 난도(핸디캡 2·4)였다.
15번 홀은 골퍼를 갸우뚱하게 한다. 그린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파른 내리막에 물과 그늘집 지붕이 보인다. 캐디가 지붕을 보고 치라고 이야기한다. 유틸리티를 쥐고 시원하게 스윙하니 물에 빠졌다. 캐디가 웃는다. 들쭉날쭉한 거리에 거기까지 나갈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18번 홀은 미국 명문 코스인 페블비치 18번 홀과 레이아웃이 비슷했다. 페블비치가 자연과 하나 된 모습이라면 이 골프장은 짧은 마카오의 역사를 대변하듯 콘크리트와 하나가 됐다. 앞 카트에 매달려 있는 캐디가 코스의 멋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