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물 국채 금리 5% 돌파 목전…시중자금 MMF·달러로 '쏠림'

2023-10-04 14:57
10년물 금리 4.8% 돌파…16년 만에 최고치
고용시장 강력…연준 인사 "추가 인상 지지"
다우 지수 올해 상승분 모두 반납…기술주 흔들
강달러 재개…MMF로 325조원 유입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5%선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강달러가 부상하고, 증시가 흔들렸다. 국채 금리 상승이 계속될 경우 미실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지역은행 파산을 촉발한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가 되풀이할 수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금융시장에서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4.8%를 넘으며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국채 금리 상승을 부채질했다. 미국 고용시장 강세가 계속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미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8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는 전월 대비 69만건(7.7%) 증가한 961만건으로 시장 추정치(880만건)를 크게 웃돌았다.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미 노동 시장의 초과 수요가 여전히 강력한 것이다.
 
로이터는 “애널리스트들은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5% 선을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연준 고위 인사들이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를 드러낸 점도 국채 금리를 밀어 올렸다. 매파로 통하는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다음 달 회의 때 미국 경제가 최근(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때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면 나는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월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한 셈이다.
 
미국 정부가 장기 국채 발행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도 국채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8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하면서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3%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세수가 줄고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 의존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국채 금리 상승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이날 미국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29% 하락한 3만3002.38에 장을 마감하면서 올해 기록한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S&P500지수는 1.37% 하락한 4229.45에 마감하면서 6월 이후 처음으로 4300 아래에서 마감했다.
 
매도세가 계속되면서 올해 상반기 지수 상승을 주도했던 기술주도 흔들렸다. 지난 한 달 간 애플과 엔비디아의 주가는 각각 12%, 10.6% 급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의 주가는 약 7% 하락했다.
 
이에 시중 자금은 달러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올해 7~9월까지 3개월 동안 미국 주식과 채권으로 각각 280억 달러, 350억 달러가 유입됐다. 같은 기간 머니마켓펀드(MMF)에 2390억 달러가 유입된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달러로 몰려들면서 달러 인덱스는 이날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인 107선을 뚫었다. 이에 엔화 가치는 달러당 150엔대까지 하락했다. 32년 만의 최저치인 1달러=151.90엔까지 고꾸라졌던 지난해 10월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SVB 사태가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 장기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한 은행들은 미실현 손실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국채 금리 상승으로 회사채 금리도 따라 오르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도 커진다. 우량주 채권만 모아 놓은 미 블루칩 채권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 2일 6.15%를 찍으며, 지난해 최고치(6.13%)를 돌파했다.
 
킴 포레스트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은 고금리가 오랜 기간 유지되면서 경제가 전면적 불황에 빠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한다”며 “뭔가가 잘못될 것이란 두려움이 상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