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과의 만남, 그가 한 조언

2023-09-25 09:16

지난해 말 세상에 등장한 챗GPT는 사람들을 완전히 새로운 도전 앞에 내놓았다.

글쓰기 뿐만 아니라 그림, 디자인, 작사작곡 등 대체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창작의 영역마저 인공지능(AI)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7년 만에 AI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대학교에서도 챗GPT 사용 지침을 내놓고 있는 등 앞으로 학생들의 과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며 논문 심사에 대한 형평성을 어떻게 해야할지 등 AI 활용의 접근성에 대한 고심이 깊다.  

한편 많은 교육기관과 기업 등에서는 AI 시대에 대체 불가능한 인재를 육성하고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인간의 모든 사고를 대체할 수도 있는 AI의 등장은 축복이자 재앙일 수도 있기 때문에 각국에서는 이런 우려를 대비해서 시스템 및 제도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29일(현지시각) 미국 비영리단체 '삶의 미래 연구소(FLI)'는 '최첨단 AI 시스템의 개발을 일시 중단하자'는 공개 서명을 냈다. 일론 머스크와 애플 공동창업자인 스티스 워즈니악을 비롯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유발 하라리, AI 권위자인 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 컴퓨터과학과 교수, 알파벳 산하 AI기업 딥마인드의 연구진 등 유명 AI 전문가들이 서명했다. 오픈 AI의 챗 GPT를 비롯해서 이보다 더 성능이 좋은 AI가 나오면서 AI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사진=김호이 기자]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12일~14일까지 3일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진행된 세계지식포럼에서는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과 챗 GPT을 개발한 오픈 AI CEO 샘 올트먼, 미네르바프로젝트 설립자 겸 CEO인 벤 넬슨이 참석했다.

스티브 워즈니악은 AI로 인해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기술이 발전하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일자리는 계속 유지됐다"며 "우리가 인터넷을 설계했을 당시 스팸 메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처럼 기술이 가져올 모든 변화를 예측하고 규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생성형 AI는 오류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인간 편집자가 필요하다"며 "AI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나온 것들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AI가 나쁜 게 아니라 사람들이 악하게 쓰기 때문에 나쁘게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간이 AI가 도출한 결과만을 믿으면 안 되고 진실이 무엇인지 해석하고 파악할 수 있어야 된다. 훌륭한 기술에는 책임이 따라야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사람들이 진리가 아닌 것을 이용해서 이익을 얻을 때 불쾌해진다.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이 반드시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자신처럼 창업 신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그 분야에서 영웅이 되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여러분은 가장 소중한 존재"라면서 "과거의 생각과 관습에 매몰돼서 이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대담 중인 미네르바 프로젝트 설립자 벤 넬슨과 오픈 AI 샘 올트먼 [사진= 김호이 기자]
샘 올트먼도 AI의 고도화가 전문 직업인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생성형 AI가 나타났을 때는 사람들이 예술가 역할이 없어지겠다고 두려워했지만 실제로는 이런 우려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하면서 "창작자들이 완전히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이야기 했다.

올트먼은 예술 영역뿐만 아니라 여러 영역에서 가능성을 내다봤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AI가 서류작성을 비롯한 반복 업무를 대신 해주거나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서 의사결정 시간을 줄여주는 등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올트먼 역시 "챗 GPT 같은 생성형 AI는 의료 보건 분야에 적용될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AI 기술 발전을 통해서 인간이 더 많은 직관과 통찰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생성형 AI와 관련한 경험을 직접 해봐야 된다"고 강조하며 "코딩을 하는 사람들이 더욱 창의적인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집중하도록 시간적인 여유를 줘야된다"고 이야기 했다. 
 
스티브 워즈니악과 김호이 기자가 함께 촬영한 사진 [사진=김호이 기자]
미네르바 프로젝트 설립자 벤 넬슨은 AI가 바꿔 놓은 교육의 판에 대해 이야기했다.
벤 넬슨은 "교육분야에서도 학생들이 과제를 AI가 대신 하게 하는 등 기술 발전에 따라 악용할 여지가 커졌지만 목적에 맞게 활용하면 큰 학습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을 목적에 맞게 도구로 활용한다면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교육분야에서도 학생들이 과제를 AI가 대신 하게 하는 등 기술 발전에 따라 악용할 여지가 커졌지만 목적에 맞게 활용하면 큰 학습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미네르바스쿨의 평가 방법에 대해서 "실시간 온라인 토론 수업을 할 때 발언량에 따라 학생들의 아이콘에 다른 색깔을 입히는 기술을 도입해서 토론 참여도와 질을 높였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장충아레나와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2023 세계지식포럼은 '테크노 빅뱅: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인류'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AI 뿐만 아니라 로보틱스와 C테크, 양자 컴퓨팅, 바이오라는 5대 테크 클러스터를 선정해서 심도 있게 다뤘다. 
 
미네르바 프로젝트 설립자 벤 넬슨과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