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국산 전기차 저가 공세에 제동 거나…반보조금 조사 시작
2023-09-14 14:48
2035년 신형 내연기관차 금지 앞두고 중국산 전기차 시장 선점 우려
"관세 27.5%에 달할 것" 예상도
독일 등 일부 회원국 우려에 강력 조치 어려울 수도
"관세 27.5%에 달할 것" 예상도
독일 등 일부 회원국 우려에 강력 조치 어려울 수도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공세에 제동을 걸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유럽이 오는 2035년부터 산규 내연기관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가운데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전기차 업계가 역내 시장을 장악하는 사태를 막겠다는 의지다. EU는 중국 전기차 산업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통해 추가 신규 관세를 가할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한 정책연설에서 “세계 시장은 지금 값싼 중국산 전기차로 넘쳐나고 있고, 막대한 국가 보조금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되고 있다”며 역내로 수입되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대대적인 ‘반(反)보조금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에 따라 EU는 중국 당국의 자국산 전기차 지원 현황 등을 면밀히 조사한 뒤 EU의 보조금 금지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를 위해 정보와 증거 등을 수집할 예정으로, 이번 조사는 9개월간 이뤄진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조사에서 제외되나 미국 테슬라, 스웨덴 폴스타 등 유럽 수출용 차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회사들은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보조금 조사가 나온 배경은 중국 전기차 업계가 무서운 속도로 유럽으로 밀고 들어와서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의 역내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8% 수준에서 2025년에는 15%에 달할 것으로 본다.
중국 전기차 업계의 약진은 EU 경제에 타격이다. 특히 일자리 부문이 위태롭다. 유럽자동차제조업자협회(ACEA)에 따르면 EU에서 자동차 산업은 약 1300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경제에 약 7%를 기여한다.
더구나 EU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35년부터 신형 내연 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다. 중국 전기차가 유럽산 내연 기관차를 대체한다면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줄줄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EU의 한 고위 외교관은 "우리는 자동차 산업을 잃을 수 없다"고 FT에 말했다. EU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유럽 내 중국산 전기차 가격을 약 20% 낮추는 것으로 추정 중이다. 만약 이로 인해 EU 업계가 피해를 봤다고 판단되면, EU는 약 10~1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관세가 20%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서 EU 역시 미국이 중국 전기차에 부과하는 27.5%에 가까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중국산 승용차에 27.5%의 관세를, 중국은 수입 차량에 15% 관세를 부과한다.
EU의 결정에 따라 영국 등도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크다.
다만, 중국이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번 움직임이 용두사미로 끝날 수도 있다. 중국은 원자재 및 부품의 주요 공급국이자 주요 자동차 시장이다. 특히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크다. 중국에서 반유럽 정서가 확산한다면 이들 자동차 회사의 이익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중국 기업의 배터리에 의존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중국 기업들은 유럽 전역에서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주요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CATL 등 중국 배터리 회사들과 손을 잡았다.
중국 전기차 회사들도 중국 경제 성장 둔화와 가격 전쟁 등으로 인해 유럽 시장으로의 진출이 불가피하다. 비야디는 유럽 약 15개국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니오는 노르웨이,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에 판매 및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