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의 팩트체크] 인도, 바라트로 국명 바뀔까..."식민시대 잔재" vs "힌두 민족주의"
2023-09-08 10:38
G20 만찬 초대장에 '바라트 대통령'...野‧소수민족들은 반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최국인 인도가 각국 정상에게 보낸 만찬 초대장에 공식 영문 명칭인 인도(India)가 아닌 힌디어 명칭 바라트(Bharat)라는 국명을 사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인도 여당은 '식민주의 잔재' 청산이라는 입장이지만, 야당과 소수민족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힌두 민족주의'를 자극하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8일 외신 등에 따르면 드루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G20 만찬 참석자들에게 보낸 초청장에 '인도 대통령(The President of India)'이라는 표기 대신 '바라트 대통령(The President of Bharat)'이라고 적었다.
고대 산스크리트어 단어인 바라트는 힌디어로 인도를 가리키는 말로, 전설 속 영웅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영어 국명인 인도는 인더스강에서 유래한 것으로 고대 그리스 등 유럽에서 부르는 명칭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이다. 우리의 정식 국명은 대한민국이지만, 영어 명칭은 고려에서 유래한 'KOREA'가 된 것과 비슷하다.
대내적으로 사용되던 바라트가 최근 논란이 된 것은 내년 봄 총선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모디 총리가 소속된 인도인민당(BJT, Bharatiya Janata Party) 등 우파 진영은 '힌두 민족주의 성향'이 매우 강하다. 그들은 "인도라는 말에는 식민주의 흔적이 남아 있다"면서 공식 국명을 바라트로 대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명에도 바라트가 명기돼 있다.
반면 야당에서는 여권이 힌디어 명칭 바라트를 고집하는 것은 힌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소수민족들과 이슬람 인구를 배제하려는 시도라며 국제적으로 공용된 명칭 '인도'를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BJT에 대항하는 20여개 야당 연합의 이름은 '인도국가발전포용동맹'으로 영문 약자는 인디아(INDIA)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