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물가의 허상] 2.3% VS 3.9%…소비자·근원 물가 격차 8년來 최대
2023-08-02 16:00
두 지표 격차 1월 0.2%p→7월 1.6%p로 확대
여전히 끈적한 근원물가, 통화정책 영향 미쳐
여전히 끈적한 근원물가, 통화정책 영향 미쳐
전년 동월 대비 기저효과와 석유류 가격 급락 영향으로 소비자물가는 하락했지만 전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는 여전히 '끈적한(sticky)' 상황이라는 방증이다.
지난해 7월 물가 상승률(6.3%)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에 석유류 가격 급락까지 겹쳐 지난달 물가가 떨어졌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집계됐다. 전월(2.7%)보다 0.4%포인트 하락했으며 지난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석유류 가격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7월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25.9% 하락해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1월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다만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가 -1.49%포인트인데 전월 대비 물가 변동이 -0.4%포인트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다른 품목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개인서비스가 4.7% 올라 지난해 4월(4.5%) 이후 15개월 만에 4%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가공식품 역시 빵(8.1%), 우유(9.3%), 커피(12.3%) 등을 중심으로 6.8% 올랐다.
전기·가스·수도(21.1%) 가격은 6월(25.9%)과 비교해 상승률이 둔화했지만 20%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극한 호우 영향으로 채소류 등 가격까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밥상 물가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고물가에 따른 기저효과가 8월부터 사라질 가능성이 큰 데다 공공요금 인상, 태풍·추석 등 계절적 요인 변수가 줄줄이 대기 중이라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물가 상승률이 8월부터 다시 높아져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구체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5.2%에서 지난달 2.3%로 2.9%포인트 하락한 반면, 근원물가는 5.0%에서 3.9%로 1.1%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두 지표 간 격차는 1월 0.2%포인트에서 지난달 1.6%포인트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7월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간 격차는 지난 2015년 4월(1.7%포인트)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큰 폭"이라고 설명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근원물가는 석유류 품목이 빠진 데다 가격 변동성이 낮은 품목이 포함돼 있어 (둔화세가) 소비자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디다"고 짚었다.
천 총괄은 "물가가 목표치인 2%대로 둔화했지만 근원물가가 여전히 4%에 육박하는 만큼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 기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