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서방, 중국 구세대 반도체 제재도 검토

2023-08-01 09:23
스마트폰, 전기차 등 필수 '레거시칩' 제재안 논의
중국 레거시칩 분야 장악 막는 게 초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이 첨단 반도체에 이어 구세대 반도체에 대한 대중국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방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발전을 막자, 중국은 구세대 반도체인 이른바 레거시칩에 대한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레거시칩은 스마트폰, 전기차, 군사 무기 등에 사용되고 있어 세계 경제에 필수적인 상품이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발생한 공급망 혼란으로 스마트폰, 자동차 등 각종 분야의 기업들은 이러한 레거시칩 부족으로 막대한 손실을 봤다. 레거시칩은 일반적으로 10년 전에 도입된 기술인 28나노미터(nm) 이상의 장비로 만들어진 반도체를 일컫는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공지능(AI) 등에 필수인 첨단 반도체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대중국 제재를 퍼붓자, 중국은 제재에서 제외된 레거시칩 공장 건설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는 식으로 대응했다.
 
중국이 레거시칩 시장을 장악한다면 경제는 물론이고 안보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란 게 서방 당국자들의 견해다. 익명의 소식통은 미국과 유럽연합(EU) 고위 관리들은 경제와 안보상의 이유로 중국이 레거시칩 시장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추가 제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이유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태양광 산업에서 외국 기업들을 몰아낸 식으로 레거시칩의 공급망을 지배할 가능성을 염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번 논의는 정보를 수집하는 초기 단계여서 제재를 취할 구체적인 일정 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주 한 패널 토론에서 중국이 레거시칩에 집중 투자하는 상황은 동맹국과 논의하고 협력해야 할 사안이라며 문제 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미국과 유럽은 각종 법안을 통해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서방 기업들은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 유럽 각국은 신규 제재를 결정하기 전에 서방 기업들이 레거시칩 프로젝트에 투자할 의지가 있는지 등을 먼저 들여다볼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를 타깃으로 하는 대중국 반도체 제재를 도입했으나, 14나노미터보다 오래된 기술을 사용하는 구세대 반도체는 건드리지 않았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중국은 2026년까지 200mm 및 300mm 웨이퍼를 사용하는 26개의 팹(공장)을 건설할 전망이다. 이는 미주 지역의 16개 팹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미·중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중국 반도체 회사들은 미국과의 거래로 막대한 돈을 벌고 있다.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 SMIC가 지난해 거둔 매출의 약 20%는 퀄컴 등 미국 회사와의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