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글로벌 경쟁력 갖춘 'K-디지털자산 기업' 키울 때
2023-02-28 05:00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으로 시작된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새로운 국제 질서로 자리 잡았다. 소련 붕괴 이후 30년간 이어진 세계화 물결이 약화되었고, 이 자리를 자국 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가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탈세계화’ 추세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 속에서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미국은 반도체, 전기차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과 행정명령을 연이어 발표했다. 총 2800만 달러 규모의 ‘반도체 산업 육성법(CHIPS)’과 미국 내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대표적이다. 중국이 자국 산업을 키우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온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국제 질서의 변화는 자유무역 환경 속에서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상품을 수출해 경제 발전을 이뤄온 우리나라에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가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제정하고 이른바 K-칩스법이라 불리는 세제 지원안을 논의하는 데에도 이러한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탈세계화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필요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글로벌한 시각’이다. 미국과 중국이 표방하는 자국 우선주의는 단순히 국경을 막고 내수 시장에서 자국 기업들을 우선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자국 기업을 키우겠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자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핵심 산업에서 패권을 쥐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세계시장을 외면하고 자국 시장에만 매몰되는 기업은 결국 글로벌 기업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탈세계화 흐름 속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산업이 있다. 바로 ‘디지털자산 산업’이다. 디지털자산은 국경과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아무리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국경을 막더라도 디지털자산은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 산업 성격 자체가 글로벌해서 세계적인 보호주의 흐름 속에서도 무차별적 경쟁이 일어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글로벌 디지털자산 산업을 리드하는 국내 기업들을 찾기 힘들다. 시가총액 상위 주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 중에서 국내 프로젝트는 전무하다. 또한 디지털자산 수탁, 채굴, 벤처캐피털(VC) 등 다양한 비즈니스에서도 세계시장을 리드하는 국내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일반 국민에게도 잘 알려진 디지털자산 거래소 역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점유율은 극히 저조한 수준이다. 세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는 중국계 캐나다인인 창펑 자오가 세운 무국적 거래소 ‘바이낸스’다. 바이낸스는 2017년 설립된 이후 규제 차익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압도적인 1위 사업자로 성장했다. 아케인 리서치(Arcane Research)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해외 주요 10개 디지털자산 거래소 가운데 바이낸스 점유율(비트코인 거래량 기준)은 무려 90%를 넘어선다. 사실상 글로벌 독점인 셈이다. 여기에는 국내 거래소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포함하더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바이낸스 거래 규모는 국내 1위 디지털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지난해 바이낸스의 디지털자산 거래량은 업비트 대비 20배를 넘는다. 국내의 높은 점유율로 이따금 비판받는 업비트의 독점 논란이 무색해지는 부분이다. 특히 바이낸스는 해외 투자자들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도 다수 이용한다. 바이낸스를 이용하는 내국인은 수십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비트를 포함한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들은 국내에 진출하지도 않은 글로벌 기업들과 지금도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바이낸스는 지난 2월 2일 국내 한 거래소에 투자하면서 국내 시장에 진출하려 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들은 해외 진출은 꿈도 꾸지 못한 채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를 막아야 하는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는 셈이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의 90%를 국적을 알 수 없는 해외 기업이 독점하는 현실 속에서 작은 국내 시장만을 바라보면서 규제하려는 시각은 말 그대로 ‘우물 안 개구리’와 다르지 않다. 글로벌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디지털자산 산업의 현실을 고려해 시각을 넓혀야 한다. 작은 국내 시장에서 우리 기업끼리 순위를 매기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국내 1위 기업이라고 규제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보다 해외 진출을 장려하여 더 큰 물에서 뛰어놀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인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을 독점한다고 규제하려 했다면 과연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지금 우리나라 국회와 정부는 디지털자산 산업을 규율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된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만 17개에 달한다. 부디 이용자 보호는 물론이고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건설적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자산 산업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는 우리 기업이 탄생하길 손꼽아 기다려 본다.
지난해부터 미국은 반도체, 전기차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과 행정명령을 연이어 발표했다. 총 2800만 달러 규모의 ‘반도체 산업 육성법(CHIPS)’과 미국 내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대표적이다. 중국이 자국 산업을 키우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온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국제 질서의 변화는 자유무역 환경 속에서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상품을 수출해 경제 발전을 이뤄온 우리나라에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가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제정하고 이른바 K-칩스법이라 불리는 세제 지원안을 논의하는 데에도 이러한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탈세계화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필요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글로벌한 시각’이다. 미국과 중국이 표방하는 자국 우선주의는 단순히 국경을 막고 내수 시장에서 자국 기업들을 우선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자국 기업을 키우겠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자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핵심 산업에서 패권을 쥐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세계시장을 외면하고 자국 시장에만 매몰되는 기업은 결국 글로벌 기업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탈세계화 흐름 속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산업이 있다. 바로 ‘디지털자산 산업’이다. 디지털자산은 국경과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아무리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국경을 막더라도 디지털자산은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 산업 성격 자체가 글로벌해서 세계적인 보호주의 흐름 속에서도 무차별적 경쟁이 일어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글로벌 디지털자산 산업을 리드하는 국내 기업들을 찾기 힘들다. 시가총액 상위 주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 중에서 국내 프로젝트는 전무하다. 또한 디지털자산 수탁, 채굴, 벤처캐피털(VC) 등 다양한 비즈니스에서도 세계시장을 리드하는 국내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일반 국민에게도 잘 알려진 디지털자산 거래소 역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점유율은 극히 저조한 수준이다. 세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는 중국계 캐나다인인 창펑 자오가 세운 무국적 거래소 ‘바이낸스’다. 바이낸스는 2017년 설립된 이후 규제 차익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압도적인 1위 사업자로 성장했다. 아케인 리서치(Arcane Research)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해외 주요 10개 디지털자산 거래소 가운데 바이낸스 점유율(비트코인 거래량 기준)은 무려 90%를 넘어선다. 사실상 글로벌 독점인 셈이다. 여기에는 국내 거래소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포함하더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바이낸스 거래 규모는 국내 1위 디지털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지난해 바이낸스의 디지털자산 거래량은 업비트 대비 20배를 넘는다. 국내의 높은 점유율로 이따금 비판받는 업비트의 독점 논란이 무색해지는 부분이다. 특히 바이낸스는 해외 투자자들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도 다수 이용한다. 바이낸스를 이용하는 내국인은 수십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비트를 포함한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들은 국내에 진출하지도 않은 글로벌 기업들과 지금도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바이낸스는 지난 2월 2일 국내 한 거래소에 투자하면서 국내 시장에 진출하려 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들은 해외 진출은 꿈도 꾸지 못한 채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를 막아야 하는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는 셈이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의 90%를 국적을 알 수 없는 해외 기업이 독점하는 현실 속에서 작은 국내 시장만을 바라보면서 규제하려는 시각은 말 그대로 ‘우물 안 개구리’와 다르지 않다. 글로벌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디지털자산 산업의 현실을 고려해 시각을 넓혀야 한다. 작은 국내 시장에서 우리 기업끼리 순위를 매기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국내 1위 기업이라고 규제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보다 해외 진출을 장려하여 더 큰 물에서 뛰어놀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인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을 독점한다고 규제하려 했다면 과연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지금 우리나라 국회와 정부는 디지털자산 산업을 규율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된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만 17개에 달한다. 부디 이용자 보호는 물론이고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건설적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자산 산업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는 우리 기업이 탄생하길 손꼽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