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첫 여성 조종사' 따돌림 후 해고? 에어서울, 성차별vs실력부족 논란

2023-01-04 13:46
전 부기장 "남자 돼라" 요구…개인 지시 거부하자 배척
기장 및 항공사 측, '기량 부적격'이 해고 사유
해고 통보 관련 국토부 조사 마쳐

한 저가 항공사 최초의 여성 조종사 해고를 두고 성차별적 부당 대우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항공사 에어서울의 첫 여성 조종사로 알려진 전미순(41) 전 에어서울 부기장이 회사를 다닌 지 4년여 만인 지난 8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아 현재 사측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전씨는 에어서울의 첫 여성 조종사이자 첫 여성 부기장이었다. 그는 중동 항공사 객실 승무원으로 3년간 일하다가 비행학교에서 조종을 배워, 37세의 나이에 에어서울에 입사했다. 

전씨에 따르면 그는 해고 전 유니폼과 탈의실 이용 측면에서 성차별을 겪었으며, 상관인 기장의 개인적인 지시에 불응하자 업무와 조직에서 배제되는 등 억울함을 당했다.

에어서울에는 여성 조종사를 위한 유니폼이 없어 유니폼을 맞추는데 우여곡절이 있었으며, 여성 조종사 탈의실도 마련돼 있지 않아 남녀 객실 승무원이 공용으로 쓰는 탈의실 공간을 이용해야 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씨는 반강제로 기장 개인 시뮬레이터 사업체에 동원돼 자잘한 업무 등을 처리했다. 이후 다른 조종사들까지 시뮬레이터 사업체를 유료로 사용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자는 기장의 제안에 비협조적으로 응하자 따돌림이 시작됐다는 게 전씨의 고백이다.

전씨를 향한 따돌림은 실제 비행 훈련에 들어갔을 때의 무관심과 영어 발음 지적으로 이어지더니 "남자처럼 돼라"거나 비행에서 배제당하기까지 했다. 결국 전씨는 회사가 실시하는 운행 능력 심사를 받게 됐고, 두 번 하는 정식 심사가 아닌 한 번의 심사만으로 탈락해 부기장 자격을 박탈당했다. 

지난달 유튜브 슬랩채널에서 전미순 전 에어서울 부기장이 해고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슬랩 유튜브 갈무리]


하지만 전씨에게 기장으로 지목된 인물이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반박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해당 기장은 전씨가 승객 안전을 책임지는 조종사로서 업무 능력이 떨어지며, 업무 태도도 좋지 않아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전씨가 조종사로서 기초적인 지식수준인 점검 사항을 모를 뿐만 아니라 항공관제사와 지속적으로 교신하는 ATC 반응 속도가 느렸다고 지적했다. 또 관제 공역을 벗어나 주파수가 바뀔 때마다 잘 듣지 못하거나 관제사에게 기본적인 용어 전달도 잘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행 관련 전반적인 운전 조작에 대한 지시를 2~3번은 해야 알아들었으며, 비행 순항단계에 들어서는 2시간 가량 잠을 자거나 오랜 시간 화장실에 가는 등 업무 태만을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종실에서 나가 있으라거나 함께 스케줄이 나오지 않게 하는 요청 등은 안전을 고려한 최소한의 조치였으며, 반말을 하거나 성차별적인 따돌림을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언론 보도와 온라인을 통해 이 같은 해고 사건이 퍼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에어서울이 여성 조종사를 채용만 하고 이를 위한 업무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비난이 높아졌다. 

한 누리꾼은 "부당한 회사의 처우와 남자 조종사들의 텃세에 화가 나서 말도 안 나오는데, 여성들이 승무원을 꿈꾸는 게 아니라 조종사를 꿈꾸는 게 자연스러운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 홍보 수단으로 삼기 위해 경력과 실력 면에서 떨어지는 전씨를 채용한 것이 오히려 문제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에 대해 에어서울 측은 "전씨가 기량 부적격 판정을 받아 해고 처리된 것이 맞다"며 "여러 번 심사 기회를 주었으나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에어서울에 따르면 기존 한 번의 심사로 김포에서 제주를 비행할 때 하드랜딩(경착륙)을 해버리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를 보였기 때문에 기량 부적격이 바로 나왔다. 이후 국토교통부 재심사 권고 등으로 수차례 심사 기회를 주었으나 합격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어 "최종 심사에서는 전 전 부기장이 지정하는 교관 및 심사관을 배정하고 여기서 떨어질 경우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도 작성했지만 이마저 탈락했다"면서 "고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애초에 전씨가 부기장으로 채용된 배경에 대해서는 "특채가 아닌 일반 채용이었다"고 밝혔는데, 부기장 조종 채용 자격 요건에는 비행시간 500시간 이상, 항공영어구술능력증명 4등급 이상 등을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씨는 승무원을 관두고 비행학교에서 2년간 항공 운항 기술을 배워 채용 시험에 합격했다. 

한편 에어서울 측에 따르면 전씨가 재직할 당시에는 성차별 괴롭힘에 대한 리포트가 없었고, 퇴사 이후 보도 등을 통해 문제가 제기됐다. 에어서울은 현재 국토부 관련 조사를 마쳤으며 해당 해고 통보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