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서해피격 첩보 삭제' 박지원·서욱·노은채 불구속 기소

2022-12-29 13:49
"사실과 다르다"...향후 거센 법정 공방 예상

박지원 전 국정원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첩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재판에 넘겼다. 노은채 전 국가정보원 비서실장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이날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박 전 원장과 노 전 실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 전 장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박 전 원장과 노 전 실장은 고(故) 이대준씨가 피살된 다음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국정원 직원들에게 이 사건을 은폐할 목적으로 관련 첩보 및 보고서를 삭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원장은 이씨가 북한군에 피살됐을 때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지시를 받고 첩보 및 보고서 46건의 자료를 무단으로 삭제한 혐의를 받는데 계속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에도 검찰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하지 않았고, 삭제를 알지도 못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서 전 실장으로부터 삭제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재차 부인했다. 

서 전 장관은 '자진 월북'했다는 정부 판단과 다른 내용이 담긴 군사 기밀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하고, 허위 보고서를 작성·배부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감사원은 전 정권 인사들을 고발하면서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 청와대 관계장관회의가 열렸고, 2시간이 지나 서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밈스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이 삭제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의 '윗선'으로 의심되는 서 전 실장은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서 전 실장은 이씨의 피격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합참 관계자 등에게 "보안 유지 조치를 하라"고 지시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으로 지난 9일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법정에서 거센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