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Russia), 금리(Rate), 경기 침체(Recession),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연임(Reappointment), 리오프닝(Reopening: 경제활동 재개 및 국경 재개방) 등등...

올해 외신의 헤드라인을 대거 장식했던 단어들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글자 R을 기사에서 많이 봤던 한 해가 아닌가 싶다. 

러시아(Russia)는 연초 1월부터 우크라이나 국경에 병력을 대거 집결시키며 긴장감을 키우는가 싶더니 급기야 2월에 '특별군사작전'이라는 명목 하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 세계를 전쟁의 분위기 속으로 몰아넣었다.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 종전은 요원해 보인다. 

3월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 금리(Rate)를 0.25%포인트(p) 인상하며, 2년 간의 제로금리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긴축에 나섰다. 이후 연준은 총 2번의 빅스텝(한번에 금리 0.50%p 인상)과 4번의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광폭 행보를 펼친 가운데 지난 9개월 동안 미국의 연방기준금리는 0~0.25%에서 4.25~4.50%로 4.25%p나 급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연준의 미친 듯한 금리 인상까지 더해지자 글로벌 경제와 시장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미국은 올해 1,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경기 침체를 맞았고 3분기부터는 영국, 일본 등 주요국들 경제도 마이너스 성장으로 빠져들었다. 'R(Recession, 경기 침체)의 공포'라는 말이 매체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경기가 불안해지자 금융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달러를 제외한 대부분의 통화와 자산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팬데믹 기간 중 가파른 급등세를 보인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것을 비롯, FTX 사태 등이 터지면서 가상화폐 시장의 신뢰성에 근본적인 의구심이 제기됐다.

트럼프 정부 때부터 시작된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은 더욱 가속화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월 IRA에 서명하며 중국을 제외한 새로운 공급망 구축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IRA로 인해 한국, 일본, 유럽 등 여러 동맹국들 역시 피해가 예상되고 있어 많은 반발을 사고 있다.

10월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Reappointment)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중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으로, 그동안 중국이 이어왔던 집단 지도 체제가 무너지고 시진핑의 1인 천하 시대가 확립됐다는 평가이다.

올해 마지막 달인 12월에는 중국이 마침내 리오프닝(Reopening)을 선언하며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알렸다. 연초부터 이미 세계 각국이 속속 리오프닝을 단행하며 팬데믹 체제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음에도 중국은 확진자 급증 우려 등으로 봉쇄, 격리 중심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의 반발과 함께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결국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 더욱이 중국은 내년 1월부터 입국 시 격리 의무까지 해제한다고 발표하면서 진정한 리오프닝을 하게 됐다. 

한편 올해에는 세계를 이끌었던 여러 인사들이 세상을 떠난 가운데 많은 R.I.P(Rest In Peace: 편히 쉬소서, 추모의 메세지)도 볼 수 있었다. 엘리자베스 2세 전 영국 여왕부터 고르바초프 전 소련 서기장,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및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까지 한국과도 인연이 깊었던 여러 국가의 시대적 인물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