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품귀 시대, EU發 자원개발 열풍···韓 '피팅산업' 경쟁력 UP

2022-12-12 05:55
러-우크라 전쟁 여파 에너지 대란 대비
네덜란드·獨 등 북해 가스전 개발 분주
태광·성광밴드 등 18만여t 생산 능력

세계적인 에너지 품귀 현상이 자원 빈곤국인 국내 기업에도 수혜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천연가스 개발사업이 태광 등 국내 ‘피팅산업’에 큰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피팅산업 규모는 약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약 2조원 수준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피팅산업은 송유관이나 가스관 등에 들어가는 부품을 판매하는 산업으로 에너지 기업이 EPC(설계·조달·시공)를 발주하면 자재를 공급하는 중간유통사에 용접용 관 등을 납품한다.

글로벌 피팅산업이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EU의 탄소중립 현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 다각화가 원인이다. 코로나19 이후 EU는 석탄 발전 비중을 줄이고 가스발전을 늘리면서 천연가스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발(發) 파이프천연가스(PNG) 공급이 중단되면서 EU는 천연가스 개발로 눈을 돌렸다. 중동, 북미 등에서 가스를 찾기 시작했으며, 해양플렌트 개발도 한창이다.

네덜란드와 독일은 네덜란드 북해 스히르모니코흐섬에서 약 19㎞ 떨어진 곳에 있는 해상 가스전의 개발 사업을 승인했다. 2020년에 화석연료 생산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공표한 덴마크는 북해 가스전에서 가스 생산을 늘렸고, 헝가리는 자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을 현행 15억㎥에서 20억㎥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국적 에너지 회사 셸은 최근 영국 정부가 승인한 북해 ‘잭도’ 가스전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당초 환경 문제를 이유로 잭도 사업 신청서를 반려한 바 있다.

에너지 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 이를 운송할 피팅 수요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세계적으로 피팅 제품을 납품하는 기업은 제한돼 있어 특정 기업에 이익이 집중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태광과 성광벤드가 용접용 피팅을 제조하고 있다. 태광은 올해 3분기에만 18만5000t(톤)의 피팅 생산능력을 확보했으며, 성광벤드도 18만3000여t의 생산능력을 보유 중이다.

이들 두 기업은 유럽의 Tectubi, Technoforge와 함께 용접용 피팅업계에서는 세계 4위권의 기업들이다. 특히 태광은 올해 3분기 기준 피팅 등 플랜트용 기자재가 차지하는 매출이 85%로, EU의 자원 개발이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내년부터 기자재의 매출 비중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태광의 올해 매출 전망치는 전년(2109억원) 대비 29.35% 증가한 2728억원으로 관측된다. 내년에는 매출이 3448억원까지 뛸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치다.

박장욱 대신투자증권 연구원은 “피팅의 수출입액은 지역별로 EU가 가장 크다. 피팅의 산업 규모는 수출입 데이터에 기반한 것으로 B2B라는 산업의 특성상 정확한 시장 규모를 산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연도별 시장 규모 추이를 보면, 유가 레벨이 높고, 에너지 부문의 투자가 많았던 시기에 피팅산업의 시장 규모가 비례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유가가 높은 수준에 도달하면, 에너지 부문 투자가 증가하고, 에너지부문 투자 증가 시 피팅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