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달라지는 게 없다고?"…'만 나이' 통일에 혼선만 가중

2022-12-08 01:00
행정기본법 개정안 연내 본회의 통과 전망
입학·병역·임금피크제 등 변화여부 문의 폭주
개별법 개정 없인 일상생활 차이 크지 않아
尹 대선 공약, "정부 설레발에 혼란" 비판도

[사진=연합뉴스]

# "만 나이로 통일되면 초등학교 입학은 생일이 지나야 하나요?"
# "같은 연생 친구라도 생일이 지난 사람만 술 살 수 있나요?"
# "서른살만 세번째."
 

행정법상 '만 나이'가 표준이 되는 개정법이 7일 국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다양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주류 및 담배 구매부터 군대 입영 기준, 목욕탕 여탕 출입까지 연령과 관련된 법 규정들이 사회 전방위에 포진해 있는 탓에 이날 온라인에서는 국민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개별 법 개정 없이는 사실상 일상생활에 변화가 없지만, 정부가 실제 사례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만 나이' 통일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오히려 국민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행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8~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표 6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이 법안은 행정에 관한 나이를 만 나이로 계산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서 만 나이는 출생한 날을 포함하여 계산한 연수(年數)로 정했다. 

법안 발의 배경에는 한국만의 특이한 나이 계산법이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 나이, 연 나이, 만 나이 등이 혼용되고 있어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야기된다는 지적이다. 한국 나이는 뱃속의 태아 기간을 나이에 포함해 출생과 함께 1살이 되고, 새해마다 한 살씩 늘어난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통성명시 사용하는 나이다.
 

[사진=연합뉴스]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나이다. 청소년 보호법, 병역법 등은 생일 기준이 아닌 새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사실상 연 나이가 표준이다. 1월 1일 자정에 합법적으로 주류를 구매하려는 이들로 장사진이 펼쳐지는 진풍경이 연출되는 이유다. 만 나이는 국제 표준으로 출생 때 0세 기준으로 생일마다 한 살씩 증가한다. 현행 민법은 만 나이를 표준으로 한다. 통과된 법안은 민법상의 만 나이를 행정 분야에서도 통일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국민들이 얼핏 많은 부분이 변한다고 오해할 수 있단 점이다. 신설된 제7조의 2 제1항은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해 실제 국민들이 체감할 변화는 미미하다. 초등학교 입학, 병역 의무 이행, 청소년의 유해 업소 출입 등은 각각 초·중등교육법, 병역법, 청소년보호법에서 나이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한번의 관련 법 개정 없이는 만 나이 통일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국의 특수한 호칭 문화로 인한 문제도 크게 해소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족보 브레이커'로 눈총을 받았던 빠른 연생의 혼란이 해결되기 위해선 관련 법 개정이 우선이다. 직장인 김모씨(28)는 "어떤 경우에 적용되는 것인지 알지 못해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씨(32)는 "어떻게 달라지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달라지는 것이 없다니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정부는 내년 상반기 개별 법령 정비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법제처는 여론 수렴 과정과 용역을 실시하고 내년도 3분기 내로 용역을 종료할 계획을 갖고 있다. 실생활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빨라야 내년 연말 정도에나 윤곽이 잡힌다. 

다만 정부는 만 나이 사용으로 엄격한 서열 문화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년월일까지 따져야 하는 복잡한 셈법으로 국민들이 오히려 나이에 연연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법제처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1~2살 정도의 나이 차가 크게 중요하지 않아질 것"이라며 "이번 법안은 개별 법령을 개정하기 위한 기초 틀을 마련했다는 정도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만 나이 통일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으며, 국정 과제로 추진 중이다. 
 

[그래픽=아주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