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위축'에도 "반도체 감산 없다"···삼성전자, 펀더멘털 '자신감'

2022-10-31 05:40
글로벌 수요 감소 불구 정반대 행보
가격하락 버틸 충분한 기초체력 판단
이재용 회장 승진에 공격 투자 한몫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수요 위축과 판매가 감소에도 불구하고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최근 SK하이닉스와 해외 반도체 기업이 감산을 검토하는 것과 크게 다른 행보다. 재계 일각에서도 삼성전자의 판단에 의문스럽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당장은 실적이 악화되겠지만 내년 하반기에는 수요 회복이 예상되기에 이에 대응 차원에서 투자를 줄이지 않겠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실적이 악화되더라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을 기초로 확정된 전략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이재용 회장이 승진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강조한 만큼 곧바로 감산을 발표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도 파악된다.

3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진행된 콘퍼런스콜을 통해 반도체 수요가 위축됐음을 인정하면서도 인위적 감산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적정 수준의 시설 투자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우리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시황과 무관하게 일관적으로 투자하는 게 더 맞는다고 본다"고 발언한 것과 동일한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전략에 다소 의구심이 나온다. 삼성전자보다 하루 앞서 콘퍼런스콜을 진행한 SK하이닉스는 재고 조정과 수급불균형 해소를 위해 감산과 투자 축소 의사를 밝혔다. 해외 경쟁사인 마이크론도 국내 반도체 기업의 콘퍼런스콜에 앞서 감산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외 경쟁사의 감산 결정은 수요 위축에 따른 과잉 재고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진단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감산이 없다면 반도체 가격은 더욱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감산이나 투자 축소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현재의 위기 상황에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또 내년 하반기에는 반도체가 다시 호황 전환될 수 있는 만큼 당장의 위기보다 미래의 기회를 노리겠다는 방침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삼성전자 스스로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확정된 전략으로 진단된다. 지금보다 반도체 가격이 더욱 하락하더라도 상당 기간 이를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이 마련됐다는 분석에 이 같은 방침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콘콜'이 진행된 27일에 승진한 이재용 회장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강조한 것이 감산 관련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오전에 이 회장 승진 발표가 나온 상황에서 감산 소식을 알리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또 이 회장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강조한 만큼 당장의 위기보다 미래 기회에 방점을 둔 전략을 확정했다는 시각이다.

반도체 업게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은 4분기에도 지속되겠지만 삼성전자는 원가경쟁력 등에서 앞서 경쟁사보다 버티기가 수월할 것"이라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선두업체로서 경쟁을 주도해 나가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