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섭게 몰아치는 반도체 한파···SK하이닉스, 3분기 '어닝쇼크'

2022-10-26 18:25
작년보다 매출 7%·영업익 60% 줄어
업황 악화 지속···4분기 전망도 암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올해 3분기 잇달아 대규모 실적 악화를 기록하면서 '반도체 한파'가 현실화되고 있다. 4분기에는 더욱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내년에는 적자 기업마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6일 실적설명회를 열고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0조9829억원과 영업이익 1조655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대비 매출은 7%, 영업이익은 60.3% 줄어든 수준이다.

이날 실적발표를 통해 SK하이닉스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시황 악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메모리 주요 공급처인 PC,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출하량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신 공정인 10나노 4세대 D램(1a)과 176단 4D 낸드의 판매 비중과 수율을 높여 원가경쟁력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원가 절감 폭보다 가격 하락폭이 커서 영업이익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달 초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매출 76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2.7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1.73% 감소한 수준이다.

사업 부문별 매출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반도체 시장의 업황 악화로 실적이 둔화됐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사례처럼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스마트폰과 PC에 대한 수요가 위축되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영향을 받았다는 진단이다.

문제는 올해 4분기는 물론 내년까지 실적 악화를 피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내년도 투자 비율을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금융위기 상황이던 지난 2008년의 투자 축소 수준의 감축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콘퍼런스콜을 통해 "시장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웨이퍼 투입을 재검토하고 있다”며 “이것이 결과적으로 감산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감산에 준하는 효과를 갖고 오게 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고 이미 일부 적용해서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꾸준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으나 반도체 수요 위축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투자를 업황의 흐름에 의존하기보다는 우리 페이스에 맞는 꾸준한 투자를 유지할 것"이라며 "물론 시장의 좋고 나쁨에 따라 조절은 하겠지만, 기본적 투자 방향은 일관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당장 감산을 계획하지는 않겠지만 시장 흐름을 주시하겠다는 의미로 분석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3분기 예상됐던 반도체 한파가 현실화된 모습"이라며 "자칫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가전, 스마트폰 등 전자 분야 전체로 업황 악화가 확산될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SK하이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