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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특구로 알려진 슝안신구(雄安新区)가 2022년 4월 1일부로 5주년을 맞았다. 코로나19와 미·중 간 신냉전으로 인해 중국 경제에 하방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슝안신구는 변함없이 조금씩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슝안신구는 수도 베이징의 기능을 분산한다는 명분 아래 중국 정부가 2017년 4월 1일 슝안신구 설립 정책을 발표한 이후 2035년까지 진행되는 중장기 국가급 초대형 도시화 프로젝트다. 허베이성 바오딩시 슝현(雄县)과 안신현(安新县)의 앞 글자를 따서 지어진 슝안신구는 단순히 국가급 인프라 사업이 아니다.

시 주석은 슝안신구를 '천년대계 국가대사‘(千年大计 国家大事)’ 라고 부르며 2035년을 최종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필자가 2018년 처음 방문했을 당시 허허벌판이었던 슝안신구가 초대형 스마트 도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중국 매체를 통해 드러난 슝안신구의 디지털 트윈도시(물리적 세계와 동일한 디지털 쌍둥이), 시민서비스센터 내에서 운영 중인 무인판매차 등 모습을 보며 슝안신구가 향후 중국에 어떠한 전략적 도시로 성장할 것인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일부 외신에서는 천문학적 건설비와 부동산 투기 조짐 등 때문에 진행이 순조롭지 않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초대형 프로젝트 사업이라는 특성과 지금 중국이 당면한 경제적 문제점을 고려하면 그런 시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편적인 접근 방식으로, 슝안신구는 지방정부 차원의 도시화 사업이 아니고 3연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 주석이 직접 챙기는 사업임을 알아야 한다.

중국 경제성장은 선전을 중심으로 한 주강삼각주(珠江三角洲)와 상하이를 중심으로 하는 장강삼각주(長江三角洲) 그리고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경제권인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성)의 3대 경제축과 그 궤를 같이한다. 1980년대 광둥성 선전을 경제특구로 지정하면서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첫발을 내디뎠고, 1990년 상하이 푸둥신구를 건설하며 G2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2017년 징진지 슝안신구를 시작하며 디지털 중국으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덩샤오핑의 선전특구와 장쩌민의 상하이 푸둥신구와 시진핑의 슝안신구는 그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시 주석이 말하는 천년대계와 국가대사가 이루어지는 2035년 중국 경제성장의 중장기 마스트플랜은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다.

단순히 인구 2200만명이 넘는 수도 베이징이 중국의 정치, 경제,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도시 기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비수도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 시작한 인프라 사업이 아니다. 슝안신구는 향후 시 주석의 일대일로 초대형 인프라 사업과 함께 중요한 이정표가 될 디지털 인프라 사업으로 봐야 한다. 

시 주석의 전략도시인 슝안신구는 미·중 패권 전쟁이 가속되면서 그 방향성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필자는 슝안신구의 향후 방향성을 크게 3가지 관점에서 바라본다.

첫째, 디지털 실크로드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실크로드는 일대일로 연선 국가를 중심으로 중국 주도의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슝안신구는 디지털 실크로드의 중국 내 조그마한 축소판인 셈이다. 슝안신구 건설의 3대 키워드인 친환경, 스마트, 혁신은 디지털 실크로드의 방향성과 거의 비슷하다. 디지털 위안화로 근로자의 임금을 주는 것도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슝안신구는 블록체인과 디지털 위안화를 응용한 새로운 디지털 화폐의 표준을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은 디지털 실크로드를 통해 디지털 위안화의 표준과 사용을 확대하려고 한다. 그 중심에 바로 슝안신구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연선 국가의 외교사절단을 대상으로 디지털 차이나의 대표적인 성공모델인 슝안신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2021년 5월 중국 외교부는 나이지리아, 수단, 카메룬, 아랍에미리트(UAE), 파나마 등 31개국 고위 외교관과 국제기구 인사들과 함께 직접 슝안신구 현장을 방문해 세계 각국과 다양한 교류와 협력을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일대일로 연선 국가들을 대상으로 슝안신구의 디지털 표준 홍보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둘째,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의 대표적인 성과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2017년 10월 19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은 2020년 전면적 샤오캉 사회 건설 달성,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달성, 2050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2017년 4월 2035년 슝안신구의 중장기 정책이 발표되고 6개월 후 시 주석은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달성이라는 목표를 강조한 셈이다. 또한 시 주석은 14·5 규획과 2035년 장기 목표는 두 개의 100년과 중국몽을 실현하는 강력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 의미는 2035년 경제 규모로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고의 경제국가로 굴기하겠다는 속내다. 올해 완공될 예정인 슝안신구 1단계 프로젝트인 중심상업지구(CBD)는 10월 20차 당대회 개최와 시 주석 3연임을 확정 지으며 시 주석의 핵심 치적사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5G 기반의 스마트 도시, 스마트 고속철도, 모빌리티 핵심 거점 지역으로서 인공지능(AI) 특구로 성장할 것이다. 슝안신구는 계획 초기부터 5G와 AI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의 최첨단 스마트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무인 자율주행차 전용도로가 생기면서 현재 슝안신구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자율주행 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개인 승용차는 모두 자율주행차로 운행되고 지하로도 달리는 시스템이다. 기존 다른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는 무인 자율주행도로와 개념이 다르다. 완전 무인자율주행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도시 인프라가 따라가야 하는데 기존 도시에서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슝안신구는 빅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스마트 도로망, 스마트 전기충전소 등을 구축하고 있고, 또한 5G와 중국이 자체 개발한 위성위치 시스템인 베이더우가 융합된 무인운영 시스템으로 작동된다. 2021년 기준 슝안신구에 입주 등록을 한 기업이 3200개 넘는데 그중 80% 이상이 과학기술 및 하이테크 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5G 모바일 인터넷 구축을 위한 중국 3대 통신사(차이나모바일∙차이나텔레콤∙차이나유니콤)와 AI 기반의 스마트 도시와 모빌리티 사업을 위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기업들이 총동원되어 슝안신구를 AI 특급도시로 바꿔가고 있다. 알리바바의 클라우드와 사물인터넷, 생체인식기술, 텐센트의 빅데이터 리스크 통제시스템과 바이두의 자율주행차 등 빅테크 기업들의 강강연합(强强聯合)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선전의 첨단 하드웨어 제조 기지화, 항저우의 스마트 도시화, 상하이의 반도체 특구화에 이어 슝안신구에 5G 및 AI 기반의 전략적 스마트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이다.

중국은 시간은 내 편이라는 믿음으로 미국에 맞서고 있다. 단기적으로 미·중 간 전략경쟁을 봐서는 안 된다.
 
 박승찬 필자 주요 이력
△중국 칭화대 경영전략박사 △주중 한국 대사관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