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내 제조업 재고 증가, 경기둔화 전조 아닌 코로나 여파"

2022-02-08 12:00

경북 포항 한 철강회사 제품창고에 열연코일이 쌓여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최근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부품, 반도체, 금속 등 국내 제조업 재고가 빠르게 늘고 있는 일련의 현상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 한국은행은 '최근 공급차질 및 감염병 상황이 제조업 재고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BOK보고서를 통해 "수요는 증가하는데 재고가 늘어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최근 현상은 일반적인 경기둔화기에 주로 나타나는 수요 감소보다는 감염병 위기의 특성에 주로 기인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월 이후 국내 제조업 재고는 자동차부품과 반도체, 금속, 석유제품, 화공품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었다. 재고 증가 배경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차질에 따른 여타 중간재 출하 감소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관련 제품 출하 감소 △감염병 확산기 이동량 감소에 따른 연료판매 둔화 등이 꼽힌다. 

이용대 한은 조사총괄팀 차장은 "철강과 화학제품의 경우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으로 출하가 감소하면서 재고 증가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또한 코로나 확산 시기마다 이동성 지표가 하락하면서 석유제품 출하가 감소하고 재고가 늘어나는 모습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최근 들어 견조한 수요에도 증가하는 재고와 관련해 공급차질과 감염병 확산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위기 초기에는 수요(출하)가 위축되고 생산 조정이 늦어짐에 따라 재고가 늘어나며, 회복기에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재고가 감소하는 수순이다. 또한 재고와 출하 순환에도 교란이 발생해 통상적인 회복기와 상이한 패턴이 나타난다는 시각이다.

해외 주요국들을 살펴보면 중간재 생산을 해외에 주로 의존하는 미국, 독일 등에서는 공급부족 영향으로 완성차를 중심으로 재고가 감소한 반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전자부품 등 중간재 생산이 많은 일본에서는 재고가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용대 한은 조사총괄팀 차장은 철강과 화학업종 향후 전망에 대해 "공급차질 등의 영향으로 해당 업종이 수출 둔화기에 진입했을 수 있다"면서 "다만 철강 등의 경우 원자재 수요를 반영하고 있는데 단가상승에 대한 부분이 줄어들 수 있고 건설 투자 역시 원자재 수요 등에서 단가가 하락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향후 제조업 재고 흐름 역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차장은 "재고 변화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앞으로 글로벌 공급차질이 완화되고 감염병 상황이 개선될 경우 차량용 부품 등 중간재 출하가 되살아나는 것은 상승 요인"이라며 "또 경기회복 과정에서 주요국을 중심으로 재고를 정상 수준으로 재축적하려는 수요가 나타날 경우 우리 수출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