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리려는 한은 vs 속도조절 제기 KDI…D-8 금통위에 쏠린 눈

2021-11-17 08:00

금융통화위원회 [사진=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각기 다른 경제 전망 해석을 내놓은 가운데 오는 25일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할 금융통화위원회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 등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상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KDI는 최근 물가 상승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면 오히려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기준금리 인상 기정사실화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2%를 상당폭 넘어서고, 4분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분기(2.6%)보다 높아지면서 올해 연간 상승률도 지난 8월 전망 수준(2.1%)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거시경제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글로벌 공급 병목의 영향과 함께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수요 측 물가 압력이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회복기에는 과거 본 적 없는 공급 병목이 나타나면서 생산활동이 제약되고 인플레이션이 확대된 점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요 물가 동인 점검' 보고서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의 국내 파급, 방역체계 개편에 따른 수요 증대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2일 공개된 금통위 회의록에 따르면 상당수 금융통화 위원들이 지난달 금통위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자가주거비가 소비자물가에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덜 반영돼 있기 때문에 이를 현실적으로 반영하면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2%대 중반이 아니라 미국처럼 4~5%대라고 주장했다. 금통위원들이 현재의 물가상승률 수준이 통계청이 발표하는 수치보다 상당히 높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역시 기준금리 인상의 논리로 활용될 수 있다.

이 총재의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발언에 대해 시장에서는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보다 확실한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장은 한은이 내년 초까지 두 차례 정도의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1.25% 수준까지 올려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에도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정도로 현재 우리나라 경기 흐름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3분기 성장이 글로벌 공급 차질의 영향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방역 정책 전환에 힘입어 소비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경기가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카드지출액과 같은 지표를 보면 10월 중순 이후 숙박·음식 등 대면 서비스의 소비 개선세가 확대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의 근거로 가장 먼저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문제를 내세우고 있다. 낮은 금리에 대한 기대가 너무 오래 이어져 대출 등 차입으로 위험 자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뛴 만큼 이제 적정한 수준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 10일 금융시장 동향 설명회에서 "한은이 8월 기준금리를 올린 뒤 가계대출 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는 것도 대출 증가세 억제에 도움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 KDI "기준금리 인상 빠르면 오히려 경기 하방 압력" 시각차

반면 KDI의 물가 전망은 한은과 결이 다르다. KDI는 '2021년 하반기 KDI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3%와 1.7%로 제시하면서 "현재 근원물가 상승률과 기대인플레이션 수준을 고려할 때 요즘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위험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한국은 장기간 저물가 현상이 있었고 최근 조금 반등했지만 큰 흐름의 전환을 아직 보지 못했다"며 "일시적, 단기적 요인을 생각했을 때 그렇게 빠른 물가 상승이 단기간에 발생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두 기관의 견해가 충돌하는 부분이다.

KDI는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경우 자칫 경기가 가라앉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KDI 측은 "방역정책과 경제정책 정상화의 연착륙 여부에 따라 우리 경제의 성장 경로가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규제 강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줄 경우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KDI는 '민간부채 국면별 금리 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도 가계 부채가 많이 불어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부채가 적을 때보다 경제성장률 하락 폭이 2배로 커진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한 한국은행이 이달 말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속도 조절론'을 꺼내 든 것이다. 빠른 금리 인상이 코로나 사태 이후 이어져 온 경기 회복세를 꺼트릴 수 있다는 경고다.

KID에 따르면 고(高)부채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3분기(9개월)에 걸쳐 경제성장률이 최대 0.15%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저부채 상황에서는 경제성장률이 0.08%포인트 정도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데, 빚이 많을수록 경제가 받는 충격이 더 커진다는 뜻이다.

가계부채 억제 효과에도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고부채 국면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경기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부채가 줄어들거나 물가가 안정되는 효과를 내기도 어렵다는 것이 KDI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자산 수익률에 대한 기대는 금리 이외의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0.25%포인트 금리 인상만으로는 부채 증가세를 단기간에 억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금리 인상만으로 민간부채 증가세를 단기간에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경기회복세 저해 등 부작용도 존재하므로 통화정책과 함께 금융 불안 완화에 더욱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거시건전성 정책의 조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