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창사 이래 첫 파업…최주선 대표 경영 시험대

2021-06-21 05:00
기본급 인상·위험수당 합의 결렬...간부 중심 선제적 파업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이 오늘(21일)부터 단계적 파업에 돌입한다. 삼성디스플레이 창사 후 첫 파업이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지 약 1년 만이다.

노조가 선제적‧단계적 파업을 시작하는 가운데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가 어떻게 갈등을 해소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20일 한국노총 산하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에 따르면 21일 충남 아산캠퍼스에서 쟁의대책위원회 발대식을 갖고, 쟁대위 소속 간부 6명이 쟁의 활동을 시작한다. 노조는 지난주 행정관청과 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신고서를 발송하고, 사측에 쟁대위 명단을 제출했다.

간부들부터 선제적으로 파업을 시작하고 점차 참여 인원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조합원 수는 전체 직원의 10% 수준인 24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향후 얼마나 파업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기본급 6.8% 인상과 위험수당 지급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이미 노사협의회를 통해 합의한 기본급 4.5% 인상을 넘어서는 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대했다.

이후 양측은 수차례 교섭을 이어왔지만 끝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고용노동부로부터 합법적인 쟁의권을 획득한 노조가 결국 파업에 나선 것이다.

이번 파업으로 최 대표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최 대표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가 취임한 지 한 달 만인 올해 1월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삼성 계열사 중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5월 이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기 공식 선언 이후 노사 관계 분위기가 바뀌고, 최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앞으로도 법과 원칙을 준수하며 상호 협력적인 노사관계의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노조가 본격적으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노사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노사 교섭이 난항을 겪던 지난달에도 최 대표는 노조를 직접 만나 면담을 하며 파업 등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최 대표가 임금 인상을 결정하기는 어렵다. 또 삼성디스플레이의 협상 결과가 다른 계열사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노조도 협상의 여지는 남겨뒀다. 노조 관계자는 “21일부터 간부는 회사 업무를 하지 않고 쟁의 활동에 돌입한다”면서 “회사가 최종 제시안을 수정하면 재교섭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8일 오후 충남 아산시 탕정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2캠퍼스 앞에서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원들이 임금협상 결렬 관련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