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IT업계가 오프라인 이벤트를 포기할 수 있을까
2021-05-29 17:13
IT업계 안에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지 못하는 세계가 있다. 각국의 정부가 집합금지 등 방역조치가 시행되면서 억제·금지된 오프라인 이벤트다. 작년 삼성전자는 비대면 서비스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제조사로서 호재를 맞았지만, 제품발표회 '갤럭시 언팩 2020'과 소프트웨어 개발자 대상 발표회 'SDC 2020'의 오프라인 행사를 포기해야 했다.
지난 1년여 기간 삼성전자뿐아니라 웬만한 IT기업이나 IT분야 기획사들에게 주요 행사를 차질 없이 기존과 같은 오프라인 형태로 개최하는 건 불가능했다. 작년 MWC와 IFA 등 오프라인 부스 운영 중심의 대형 IT전시회는 개최가 무산됐다. 마이크로소프트 '빌드 2020'과 애플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 2020' 개최는 온라인, '구글I/O 2020'은 아예 취소됐다.
작년 미국에서 최대 정보보호산업 전시회 'RSAC 2020'는 오프라인으로 개최됐지만, 코로나19 확산 직전 운이 좋았을 뿐이다. 올해는 다른 주요 전시회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디지털 기반으로 구성된 'RSAC 2021'이 열렸다. 구글I/O 2021와 마이크로소프트 빌드 2021도 온라인으로 치렀다. 애플 WWDC 2021는 다음달 7일 또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국내서도 각 기업들의 언론 간담회나 발표회가 화상회의나 원격소통수단을 활용하는 형태로 대거 전환됐다. 오프라인 행사 개최엔 위험을 감수할만한 명분이 필요했다. 규모 있는 오프라인 전시회들이 개최를 미루거나 결국 취소되는 모습, 온라인 기반 세미나 또는 녹화·실시간 영상 스트리밍과 같은 디지털 이벤트로 전환되는 모습을 숱하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작년까지는 산업계 종사자나 기자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 우리가 알던 주요 기업들의 오프라인 전시회는 아예 없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지금처럼 온라인 디지털 이벤트로 전환하면 기술과 제품·서비스 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사업방향과 전략을 제시하는 등 각 기업들의 목적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소 어긋난 예측이었던 것 같다. 행사 개최 목적과 참가자의 기대가 정보 제공·습득과 어떤 '메시지의 전달', 그 뿐이라면 이 관측은 맞을 수도 있지만, 실은 아니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던 결과다. 1년 이상으로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보니 기존 오프라인 이벤트와 전시회부터 크고 작은 발표회나 간담회는 다시 크게 늘어날 듯하다.
아무리 잘 조율되고 세련된 방식으로 개최되는 디지털 비대면 이벤트라고 해도 '현장감'을 느낄 수 없다. 특히 강연 형식의 행사에서 그렇다. 연사가 대부분 정면의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미리 작성된 대본이나 자료를 읽고, 주최측이 실시간 라이브가 아니라 녹화된 영상을 정해진 시점에 송출할뿐인 경우도 많다. 애초 '실시간'인 오프라인 행사와 근본이 다르다.
게다가 디지털 행사에서 발표 내용에 대한 청중의 반응과 몰입, 연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설득력과 호소력을 느끼기는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오프라인 발표회장에서는 직관적으로 참석자들이 다른 장소로 이동하다 우연히 들러 머물다 갔는지, 청중이 발디딜 틈 없이 들어찼는지 아니면 강연장이 썰렁했는지, 이런 점을 통해 추정이라도 가능한 요소들이었다.
주최측이 오프라인 전시부스 대신 디지털 전시 플랫폼을 제공한 모 유명 전시회에선 큰 실망감을 느꼈다. 참가사별 마케팅 자료와 영상을 보여주는 웹사이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걸 보려면 그나마 어떤 곳이 참가했는지 목록에서 찾아 들어가야 했다. 현장 참가사 관계자나 업계 동료를 우연히 마주치거나, 부스별 방문 인파의 규모·반응을 접할 기회가 없다.
상거래 목적이나 사업적인 이유에서 오프라인 전시부스를 찾는 이들에게도, 디지털 이벤트의 고유한 실익은 적어 보인다. 이들에게는 주최측이 행사를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1대1 비즈니스 미팅 장소의 기능을 대신할 원격 소통 도구를 제공한다. 하지만 다른 이메일과 화상회의 툴이 있는데 과연 주최측이 제공하는 수단을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런 오프라인 대비 온라인 디지털 이벤트의 '약점'들은, 앞으로 약점이 아니게 될 수 있다. 장차 비대면 활동이 더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세대가 사회 보편 집단이 되고 기존 대면 중심의 기업·상거래 활동의 틀을 바꿔나갈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앞당겨진 그 시기도 비대면 디지털 기술의 공급자 집단인 IT업계조차 당장 오프라인 이벤트를 포기할만큼 빨리 오진 않은 듯하다.
지난 1년여 기간 삼성전자뿐아니라 웬만한 IT기업이나 IT분야 기획사들에게 주요 행사를 차질 없이 기존과 같은 오프라인 형태로 개최하는 건 불가능했다. 작년 MWC와 IFA 등 오프라인 부스 운영 중심의 대형 IT전시회는 개최가 무산됐다. 마이크로소프트 '빌드 2020'과 애플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 2020' 개최는 온라인, '구글I/O 2020'은 아예 취소됐다.
작년 미국에서 최대 정보보호산업 전시회 'RSAC 2020'는 오프라인으로 개최됐지만, 코로나19 확산 직전 운이 좋았을 뿐이다. 올해는 다른 주요 전시회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디지털 기반으로 구성된 'RSAC 2021'이 열렸다. 구글I/O 2021와 마이크로소프트 빌드 2021도 온라인으로 치렀다. 애플 WWDC 2021는 다음달 7일 또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국내서도 각 기업들의 언론 간담회나 발표회가 화상회의나 원격소통수단을 활용하는 형태로 대거 전환됐다. 오프라인 행사 개최엔 위험을 감수할만한 명분이 필요했다. 규모 있는 오프라인 전시회들이 개최를 미루거나 결국 취소되는 모습, 온라인 기반 세미나 또는 녹화·실시간 영상 스트리밍과 같은 디지털 이벤트로 전환되는 모습을 숱하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작년까지는 산업계 종사자나 기자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 우리가 알던 주요 기업들의 오프라인 전시회는 아예 없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지금처럼 온라인 디지털 이벤트로 전환하면 기술과 제품·서비스 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사업방향과 전략을 제시하는 등 각 기업들의 목적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소 어긋난 예측이었던 것 같다. 행사 개최 목적과 참가자의 기대가 정보 제공·습득과 어떤 '메시지의 전달', 그 뿐이라면 이 관측은 맞을 수도 있지만, 실은 아니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던 결과다. 1년 이상으로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보니 기존 오프라인 이벤트와 전시회부터 크고 작은 발표회나 간담회는 다시 크게 늘어날 듯하다.
아무리 잘 조율되고 세련된 방식으로 개최되는 디지털 비대면 이벤트라고 해도 '현장감'을 느낄 수 없다. 특히 강연 형식의 행사에서 그렇다. 연사가 대부분 정면의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미리 작성된 대본이나 자료를 읽고, 주최측이 실시간 라이브가 아니라 녹화된 영상을 정해진 시점에 송출할뿐인 경우도 많다. 애초 '실시간'인 오프라인 행사와 근본이 다르다.
게다가 디지털 행사에서 발표 내용에 대한 청중의 반응과 몰입, 연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설득력과 호소력을 느끼기는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오프라인 발표회장에서는 직관적으로 참석자들이 다른 장소로 이동하다 우연히 들러 머물다 갔는지, 청중이 발디딜 틈 없이 들어찼는지 아니면 강연장이 썰렁했는지, 이런 점을 통해 추정이라도 가능한 요소들이었다.
주최측이 오프라인 전시부스 대신 디지털 전시 플랫폼을 제공한 모 유명 전시회에선 큰 실망감을 느꼈다. 참가사별 마케팅 자료와 영상을 보여주는 웹사이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걸 보려면 그나마 어떤 곳이 참가했는지 목록에서 찾아 들어가야 했다. 현장 참가사 관계자나 업계 동료를 우연히 마주치거나, 부스별 방문 인파의 규모·반응을 접할 기회가 없다.
상거래 목적이나 사업적인 이유에서 오프라인 전시부스를 찾는 이들에게도, 디지털 이벤트의 고유한 실익은 적어 보인다. 이들에게는 주최측이 행사를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1대1 비즈니스 미팅 장소의 기능을 대신할 원격 소통 도구를 제공한다. 하지만 다른 이메일과 화상회의 툴이 있는데 과연 주최측이 제공하는 수단을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런 오프라인 대비 온라인 디지털 이벤트의 '약점'들은, 앞으로 약점이 아니게 될 수 있다. 장차 비대면 활동이 더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세대가 사회 보편 집단이 되고 기존 대면 중심의 기업·상거래 활동의 틀을 바꿔나갈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앞당겨진 그 시기도 비대면 디지털 기술의 공급자 집단인 IT업계조차 당장 오프라인 이벤트를 포기할만큼 빨리 오진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