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재개희망 접은 금강산 관광사업

2021-04-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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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수십억 원의 재산을 금강산 관광사업에 넣었던 때가 50대, 속절없이 떠나온 후 지금은 벌써 70대가 되었네요.” 금강산 관광문제에 대한 남북물류포럼 온라인 토론회 때 있었던 금강산기업협회 최 회장의 회환 섞인 넋두리다. 그는 아직도 금강산 사업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눈물을 글썽이는 그의 모습에서 금강산이라는 곳에 모두 받쳤던 자신을 아직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읽는다. 금강산 사업을 못하게 된 지 벌써 13년. 사업 재개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정부가 힘이 좀 되어주었으면 한다. 포기한 아까움에 대한 보상일까, 사업포기가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기에 그 아쉬움을 채워주었으면 하는 눈치다.

그의 항변이 이어진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저는 잡았고, 그것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정부였습니다. 정부는 금강산 관광사업이 북한과 협력해서 하는 것임을 잘 인지했을 것 아닌가요? 국민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최소한 남북한 사이의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북한이 사업을 거부해 중단되었다면 이렇게까지 억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금강산에서 사망사건이 났다고 해서 무조건 닫아걸어야만 하는 것입니까? 고도의 정치적인 행위로 사업을 중단했다면, 피해 보상에 대한 결정은 정치행위가 될 수 없는 것인가요?”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에 따라 발생한 손해를 보상받기 위해 그는 버스 시위를 택했다. “한 때는 통일의 전령사, 지금은 신용불량자. 대한민국 정부는 책임져라”는 등의 휘장을 달고 현재 9대의 버스가 종일 서울 시내를 누비고 있다. 알아주는 이 없어도 안타까운 속이라도 풀어보자는 심사일까.

이해는 간다. 박왕자씨 사건으로 금강산 사업이 중단되었을 때, 정부가 아무 일이 없다는 듯 사업을 계속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엄청난 아쉬움은 남는다. 아예 사업을 하지 않을 각오였다면 몰라도 중단은 한시적인 것이어야만 했다. 기한을 정해놓고 중단하고, 그 사이에 취해야 할 대북 조치를 했어야 했던 것이다. 그랬다면 다시 재개하는 데 큰 부담은 없었을 것이다. 관광객의 사망에만 몰입해 앞뒤 가리지 않고 취한 사업 중단 결정은 감정이 가미된 조치였다. 엄중하고 분노를 자아낸 일이지만 금강산 관광이 가져오는 남북한 관계의 긍정적인 효과도 고려했어야 했다. 문제는 피해보상이다. 금강산투자협회는 "투자 초기 경협보험 제도 등과 같은 안전장치 없이 투자한 금강산투자기업에게 개성공단 보험 미 가입 업체와 동일한 보험 적용"을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성공업지구 입주기업들은 정부의 전면 운영 중단 조치 이후 각종 명목으로 경협 보험금 투자금액의 90%에 달하는 금융 혜택을 받았다. 심지어 경협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입주기업들에도 투자금의 45%를 지급해주었다. 금강산 사업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금강산관광 중단 이후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금강산관광 투자기업 41개사에 대한 총 3차례에 걸쳐 218억 원을 대출했으며, 40개사에는 긴급운영경비조로 4억 원을 무상 지원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금액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폭과 범위와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금강산투자협회는 이에 근거해 기업의 귀책사유 없이 정부 정책의 변화로 남북경협 사업이 중단되거나 폐쇄되는 경우, 헌법의 취지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하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경협사업의 중단이 안보상의 이유로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손실을 입을 경우에는 정당한 보상을 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은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을 통한 보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는 남북경협의 중단 조치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써 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까닭이다. 결국 헌법 제23조 제3항에 따른 보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며, 이런 바탕에서 '남북경협 피해보상 특별법'의 즉각적인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특별법 제정도 제정이지만 우리를 더 슬프게 하는 것이 있다. 금강산 투자기업들은 물론, 우리 사회 일반적 분위기가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에 대한 희망을 접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금강산 관광의 미래를 그 누구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는 분위기가 안타깝다. 따라서 기업들에게 남은 것은 어떻게든 피해보상을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경협 중단이 통일부 장관의 행정처분으로 발효된 것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나, 헌법재판소에 보상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피해보상입법의 부재에 의한 기업들의 희생을 시정해 달라는 입법부작위 헌법소원은 제기(2016.2)한 지 벌써 5년을 넘겼으나 헌법재판소가 아무런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금강산 관광은 정말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먼 나라의 꿈인가? 관광과 같은 인적 교류는 유엔의 대북 제재에도 벗어나 있다는데, 왜 재개하지 못하는가? 그 이유를 정부는 단 한 번이라도 설명한 적이 있는가. 개별관광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던 의지는 다 어디로 갔는가. 중국과 대만은 정치, 군사적 갈등을 겪으면서도 경제·사회분야 교류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결과 오늘날 상당한 수준의 경제·사회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통일 전 동서독도 마찬가지였다. 분단 당시 외국인은 물론, 누구든지 큰 어려움 없이 동서독을 오갈 수 있었다. 그 작은 실험장인 금강산 관광, 우리는 끝내 더 이상 그곳에 갈 수 없다는 말인가? 문재인 정부에서 재개하지 못한다면 어느 정부에서 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더 이상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그 운명을 다해야 하는가. 어쩌다가 이런 무기력한 정부가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