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약촌 오거리 살인 누명' 검·경 모두 위법했다"
2021-01-13 15:32
법원 "최씨·가족에 16억원 배상"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진범으로 지목돼 1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에게 국가가 13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5부(이성호 부장판사)는 13일 오후 2시 피해자 최모씨 외 2명(어머니와 동생)이 대한민국, 검사 김모씨, 경찰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한민국이 최씨에게 13억 979만 8280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또 최씨 어머니에게 2억 5천만원, 동생에게 5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핵심쟁점은 당시 수사를 했던 경찰과 불기소 처분을 했던 검사에 대해 어느정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 수사와 검찰 수사 지휘가 모두 위법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익산경찰서 경찰들은 영장 없이 최씨를 여관에 불법구금한 상태에서 임의성 없는 자백을 받아내 긴급체포를 했다"며 "사흘 동안 잠을 안 재우고 수시로 폭행·가혹행위를 해 자백을 받아 증거를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또 "객관적으로 부합되는 증거가 없음에도 오히려 부합되지 않는 증거들에 끼워 맞춰 자백을 일치시키도록 유도해 증거를 만드는 등 사회적 약자로서 무고한 최씨에 대해 당시 시대적 상황을 아무리 고려하더라도 전혀 과학적이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은 위법한 수사를 했다"고 판시했다.
사건 당시 최씨가 입은 옷과 신발에서는 어떤 혈흔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과 검찰은 다방 배달일을 하던 최씨가 택시 앞을 지나가다 운전기사와 시비가 붙어 오토바이 공구함에 있던 흉기로 유씨를 살해했다며 그를 기소했다.
이후 최씨가 복역 중이던 2003년 무렵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받은 군산경찰서 경찰(황상만 반장)이 김씨 친구에게 ‘사건 당일 김씨가 피 묻은 칼을 들고 집으로 찾아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하였고, 자신이 위 칼을 숨겨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진범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구체적 물증이 부족하고 사건 관련자 진술이 바뀐 점 등을 이유로 김씨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검사는 진범 자백 진술이 신빙성이 있고 다른 증거들과도 부합해 구속 수사함이 상당했음에도 불구속 수사를 지휘하고 무익하거나 부적절한 수사지휘를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사전 구속영장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지휘해 본 사건 진상이 장기간 은폐되게 했고, 이는 현저하게 불리하다고 인정되거나 또는 경험칙이나 논리칙 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 위법하다"고 밝혔다.
또 "불기소 결정을 한 담당 검사로서 그 권한을 행사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된다"며 "(당시) 불기소 처분은 검사로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이 끝난 직후 최씨 측 변호인 박준영 변호사는 "검사는 유감 정도 의사 표시는 법정에서 했고, 담당 경찰은 아직도 최군이 진범이다라고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판결에 만족하고, 공무원 개인 책임을 인정한 부분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