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페이커 이상혁의 게임 같은 인생 이야기
2020-11-16 11:05
프로게이머 페이커(본명 이상혁)는 2013년 데뷔 이후 '리그오브레전드(롤)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우승, '롤드컵' 3회 우승을 거머쥐는 등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며 게임계의 전설로 불리고 있다.
중화권과 북미, 유럽 등에서 배우나 아이돌 이상으로 한류스타의 인기를 얻고 있는 페이커와 함께 게임 같은 인생 이야기를 나눴다.
Q. 원하던 분야에서 정점을 찍는다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A. 처음에는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어요. 근데 정점을 찍어도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게 다가오는 건 없더라고요. 정점을 찍은 후에 그 자리에서 느끼는 부담감이 다가오는 것 같아요. 하지만 프로게이머 생활을 오래 해오면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의 방향을 믿고 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나서부터는 부담감을 어느 정도 내려놓고 있어요.
Q. 프로게이머의 인생을 보상받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A. 인정받고 싶어 하는 순간부터 부담감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그런 마음보다는 스스로 성취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프로게이머라는 삶을 살면서 수많은 사람이 저를 응원해줄 때 보상을 받았다고 느껴요.
Q. 프로게이머가 된 후 아마추어 시절에 비해 달라진 건 뭔가요?
A. 처음에는 단순히 게임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프로 생활을 지속하면서 게임 외에도 많은 것에 신경을 써야겠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게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굉장히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프로 의식이 있다면 프로게이머로서 더욱더 게임에 몰두할 수 있는 성격과 대외적으로 봤을 때 프로처럼 메사를 행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정돈되고 교양 있는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Q. 지금까지 자신을 믿을 수 있었던 방법은 뭔가요?
A.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스스로 즐기면서 하다 보니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달려온 것 같아요. 최고를 찍어서 나온 여유라도 자만하지 않되 부담 갖지 않는 가벼운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사람들은 페이커에게 뭘 가장 많이 묻나요?
A. 어떻게 하면 롤을 잘하냐, 어떻게 하면 골드에 올라갈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하고요. 저는 잘 먹고 잘 자면 된다고 해요. 많은 사람들이 저를 보면서 뭔가를 얻어갔으면 좋겠어요. 저 스스로도 세상에 여러 가지 모습들을 다양하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반면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나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하나씩은 배워가는 것 같아요.
Q.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A. 대략 1대9인 것 같아요. 게임을 일로 생각하지 않아요. 노력해도 안 될 때는 노력의 방향이 잘못돼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노력의 양도 중요하지만 방향이나 어떤 쪽에서 부족함이 있는지 깨닫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Q. 게임은 많이 복잡한가요?
A. 게임이라는 것이 인생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면과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이 많아서 인생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런데도 복잡 미묘하고 변수가 많은 것들에서 제가 가장 먼저 정답을 찾고 최고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이 크게 다가와요.
Q. 프로게이머를 하기 전 꿈꿨던 직업이나 흥미를 느꼈던 것들이 있나요?
A. 게임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했어요. 저는 꿈을 가지고 한 가지 방향을 파기보다 다른 학생들처럼 평범하게 구체적인 꿈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알려주는 길을 따라갔어요. 그래도 그 당시에 수학과 과학에 흥미가 있었고 컴퓨터 사용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Q. 언제까지 프로게이머의 자리를 지키고 싶으세요?
A. 제가 하고 싶을 때까지는 하고 싶어요. 은퇴 이후 계획은 나중에 생각해볼 것 같아요.
Q. 기부에 대한 소신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부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A. 기부는 남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남을 도우면서 얻는 행복도 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스스로 자진해서 기부하는 것 같아요. 남을 도우려는 마음이 자기 자신에게도 뿌듯함을 주기 때문에 기부활동들을 계획하고 있어요.
Q. 게임의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뭔가요?
A. 흥미를 느끼고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페이커 키즈가 생긴다면 게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게이머 인생을 잘 이겨낼 수 있고 행복하게 이겨낼 수 있는 방법들을 가르쳐주고 싶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독서를 통해서 스스로 마음의 양식을 쌓는 편인데 페이커 키즈가 나온다면 그 친구에게 맞는 흥미들을 개발시켜주고 싶어요.
Q.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뭔가요?
A.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취미활동인 것 같고요. 저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독서나 명상을 하고 있어요.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인문계열 책들을 좀 더 많이 읽는 것 같아요. 그 외에는 친구들을 만나는 게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에요. 친구들을 만나면 얘기하거나 밥 먹으면서 놀아요. 요즘에는 코로나19 시국 때문에 나가서 오래 만나지는 못하지만요. 요즘에는 비시즌이기도 하고 마음의 결심을 해서 체력관리차 운동을 조금씩 하고 있어요.
Q. 페이커가 바라는 게임 같은 인생은 뭔가요?
A. 즐기는 인생은 아니에요. 게임이라는 것이 심오하고 복잡한 상황 선택이나 판단력을 요구하거든요. 자신의 지적능력을 테스트하는 느낌이에요. 딱딱 떨어지고 복잡 미묘한 게 게임 같은 인생 같아요.
Q. 페이커로서의 이상혁과 사람으로서의 이상혁은 어떻게 다른가요?
A. 페이커로서의 저는 프로답게 행동하는 편이고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줘야 하니까, 가장 신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사람으로서의 저는 프로답지는 않지만 제 성격이 워낙 신중한 편이라서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자신을 믿지 못해서 시작조차 못 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하잖아요. 저는 일단 시작해서 실패하더라도 실패가 저에게는 굉장히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실패들을 많이 쌓는 것도 하나의 시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