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육군 22사단, 강풍·동물에 출동 안 하려 꼼수 쓰다 북한 남성에 뚫려
2020-11-06 02:00
먹통된 과학화 경계시스템, 원인은 '의도적 광망 감지 센서 조절'
"경계 작전에 문제가 없었다"는 군 당국 설명과 배치
월책 수단에 따라 북한 측에 군 경계 허점 훤히 드러났을 가능성
"경계 작전에 문제가 없었다"는 군 당국 설명과 배치
월책 수단에 따라 북한 측에 군 경계 허점 훤히 드러났을 가능성
지난 3일 북한 남성이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을 월책할 때 작동하지 않았던 광망(철조망 감지센서)의 원인이 장비 불량 등 고장이 아닌 의도적인 광망 감지 센서 조작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군 관계자는 아주경제에 "해당 부대가 자체 조사한 결과 광망이 정상적으로 작동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해당 지역이 강풍이 심한 곳이다. 강풍과 동물 등에 의한 센서 작동을 우려해 (해당 부대가 자체적으로) 감지 센서 강도를 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육군 22사단이 강풍과 동물 등으로 인한 오작동으로 부대원들이 출동하는 비율을 줄이기 위해 센서를 일부러 조절했다는 뜻이다. 그 결과, 북한 남성이 월책할 때 군의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먹통이 됐다. 군 당국이 앞서 "경계작전에 문제가 없었다"는 설명과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광망 센서가 흔들림 감지 외에도, 적(敵) 침투 가능성에 대비해 하중(누르는 힘)이 느껴질 때 역시 작동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북한 남성이 월책한 철책은 눌린 흔적이 분명했지만, 광망은 작동하지 않았다. 때문에 광망 감지 센서 감도 조절을 넘어 애초에 '센서를 꺼놓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한 남성이 사다리 대용으로 나무 등을 철책에 기대어 놓고 입고 있던 윗옷을 윤형 철조망에 걸쳐 넘어왔을 경우, 북측에서 이미 우리 군의 과학화 경계 시스템 허점을 훤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군은 대북감시를 강화할 목적으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첨단 경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약 2427억원을 들였다. 그러나 지난 7월 18일 인천 강화군에서 헤엄쳐 재입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탈북민 김모씨 때도 무용지물이었던 광망은 이번 사건에서 역시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 4일 오후 현장으로 급파된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은 흔들림 외에도 하중에 의한 광망 센서 미작동 여부 등에 대해 다각도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육군 22사단이 의도적으로 광망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사건"이라며 "사람에 의한 흔들림이나 하중 등을 고려해 센서 민감도를 어느 정도까지 낮춰서는 안된다는 지침이 없었는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지휘관이 무시를 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에 따르면 2015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GOP 경계 시스템 장비의 작동 오류 및 고장은 총 2749건으로 나타났다. 대북 감시를 위한 최전방 기지에서 하루 1.5회꼴로 감시장비가 먹통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