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아세안측에 '신남방정책 고도화·평화프로세스' 협력 요청

2020-09-09 23:12
강 장관, '공동의장' 자격으로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참석
한·아세안 11개국 미래 협력방향·역내 평화 증진 방안 모색
"대화만이 한반도의 평화·안정 실현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
참석국 "남중국해 문제, 긴장 고조 행위 자제할 필요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9일 오후 제23차 한·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에 공동의장 자격으로 참석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한 아세안의 협력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추진 중인 신남방정책의 고도화를 설명하고, 한·아세안 협력 확대를 기대했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11월에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후속 조치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정치·안보, 경제, 인적교류 등 한·아세안 미래 협력 방향 및 지역·국제정세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는 한국과 올해 대화조정국인 브루나이의 공동 주재로 개최됐고, 아세안 10개국이 참석했다.

강 장관은 대화조정국인 브루나이 장관에 이은 모두발언에서 “한국과 아세안이 1989년 대화 관계를 수립한 이래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꾸준히 증진해 왔다”고 평가하며 “지난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계기로 채택한 ‘평화, 번영과 동반자 관계를 위한 한·아세안 공동 비전 성명’에 따라 협력을 지속한다면 한·아세안 관계가 한층 격상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강 장관은 한·아세안이 올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이했다면서 “앞으로의 정치, 경제, 사회 등 제반 분야 협력을 더욱 심화하기 위해 지난해 특별 정상회의 당시 정상 간 약속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역내 협력이 위축될 수 있는 환경임에도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들이 연대와 공조의 정신에 따라 상호 협력을 더욱 증진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오후 화상으로 진행된 제23차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강 장관은 정부가 3년째 추진 중인 신남방정책과 관련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변화된 정책 환경과 아세안 측의 새로운 협력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신남방정책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런 노력을 통해 한·아세안 협력 관계가 더욱 호혜적으로 확대·심화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세안 국가들은 “한국 정부가 2년여 전 신남방정책을 천명한 이래 아세안을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아세안 맞춤형 협력을 강화하고자 일관되게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지속적인 협력 확대를 희망했다.

이날 화의 참석자들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남중국해 문제 등 지역 정세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강 장관은 지난해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3대 원칙’ 등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구상을 아세안 국가들이 지지한 것에 대해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아세안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그는 “대화만이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하며 현재 어려운 국면을 극복하고자 다양한 남북협력 사업 제시 등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했다. 이어 아세안 국가들의 지지와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아세안 국가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실현을 위해선 당사자들 간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 보건의료 및 방역 등 분야 협력 제안,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구상 등 남북 관계 진전 및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했다. 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이 주도하는 지역 협의체를 통한 북한과의 대화와 소통이 이바지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회의 참석자들은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요소로 거론되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역내 안정과 평화를 위해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자제할 필요성 등에 대해 뜻을 모았다.

강 장관은 한국 정부가 아세안과 협력의 지평을 지속해서 넓혀가기 위해 기존의 소지역 협력체인 한·메콩 협력 체제에 더해 한·해양동남아 협력체제 출범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더불어 비전통 안보 위협에 대한 협력의 필요성도 거론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응이 우선되는 상황에서 한·아세안 간 △테러리즘과 폭력적 극단주의 △초국가범죄 △기후변화 및 환경문제 등 협력이 지속해서 필요하다”면서 해당 분야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여 현황을 설명했다.

강 장관은 지난해 특별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아세안 초국가범죄 장관회의를 출범해 공동 대응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동시에 차기 회의에서 건설적인 논의가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또 해양 쓰레기 문제가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 안보 사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 아세안의 해양 쓰레기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23차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가 9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화상으로 진행됐다. [사진=외교부 제공]


강 장관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자유무역·다자주의 회복 △디지털 경제 협력 강화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 공급망 흐름을 유지하고, 필수 인력의 이동이 보장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연내 서명을 통해 자유무역 환경 회복으로 경제회복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세안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강한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연계성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아세안 연계성 마스터플랜(MPAC 2025) △아세안 스마트시티 네트워크(ASCN) 등에 참여하면서 기여를 확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 장관은 지난해 한·아세안 협력 사업 시행을 위한 ‘한·아세안 협력 기금’을 연간 1400만 달러(약 166억 2500만원)로 증액한 이후 올해부터 기술교육훈련 사업, 재난관리 사업, 대학 교원 대상 장학생 초청사업 등 의미 있는 대규모 사업들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세안의 해당 분야 역량을 강화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한편 회의 참석 국가들은 이날 한·아세안 행동계획(2021~2025)을 채택했다. 이들은 “한·아세안 행동계획이 앞으로 5년간 한·아세안 간 분야별 미래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제반 분야 협력과 상호 유대 증진 기대한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제기된 내용을 신남방정책 고도화 추진 시 반영함으로써 아세안 국가들과의 제반 분야별 협력을 심화하고 한·아세안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