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꼬리표 뗐지만 막강한 권한 갖는 '부동산거래분석원'

2020-09-02 16:27
국토부 산하 조직으로 설립...부동산 조사 전담 역할
'빅브러더' 비판 의식해 명칭 순화...'현미경 검증' 기능 동일


부동산 조사를 전담하는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이 신설된다. 앞서 '부동산감독원'이 거론됐지만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통제하고 감독하려 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이렇게 명칭은 순화했지만 막강한 권한은 그대로다. 분석원은 개인의 부동산 거래 내역부터 계좌 추적까지 모든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일각에서 시장을 통제·감독하는 기구를 신설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부동산거래분석원은 대응반을 확대해 시장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불법 행위 등을 포착·적발해 신속히 단속∙처벌하는 상시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부동산 조사 전담하는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

부동산거래분석원은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고 불법행위와 시장교란 행위를 적발해 처벌하는 것이 주 업무다.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부동산 카페와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호가를 조작하거나, 가격을 담합해 시세를 올리는 행위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단속할 예정이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국토부 산하에 신설된다. 금융위원회 산하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자본시장조사단과 비슷한 형태다.

현재 국토부 임시 조직인 '불법행위 대응반(TF)'을 확대·개편해 부동산거래분석원으로 꾸려진다. 대응반은 국토부와 검찰, 경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 등 7개 기관에서 파견된 13명이 근무 중이다.

대응반이 매달 1000건이 넘는 불법행위를 조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적게는 50명에서 많게는 200명까지 인력이 충원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력 충원과 더불어 업무 권한도 확대된다. 정부는 보다 정밀한 분석을 위해 이달 중 분석원이 개인금융과 과세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불법행위 대응반은 개인 대출이나 세금 납부 내역, 보험료 등 개인 금융과 과세 정보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때문에 심증은 확실하지만 물증이 없어 불법행위나 투기 의심 거래 등을 적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토부가 수사를 목적으로 관계 기관에 조사 대상자의 금융거래·보험·신용 정보 등 개인 정보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기존 불법행위 대응반이 특정 지역의 일부 의심 거래만 적발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사실상 모든 부동산 거래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사진=연합뉴스] 

명칭에서 '감독' 뺐지만 업무 권한은 동일
부동산거래분석원의 시작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필요하면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도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의도와 달리 과열 양상이 지속하자 고안한 고육지책이다.

이후 금융감독원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별도의 대형 감독기관을 설립하는 안이 검토됐지만 불발됐다. 사회적 반발이 거셌다. 막강한 권한의 부동산감독원이 설립되면 정부가 부동산 거래에 지나치게 개입해 시장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 권력인 '빅 브러더'의 출현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한 비서관은 "감독기구를 두고 빅 브러더니, 통제기구니 하는 비판이 나온 점을 의식해서 명칭을 바꾼 것 같다"고 전했다.

부동산감독원에서 부동산거래분석원으로 명칭을 순화했지만 실질적인 기능은 달라진 것이 없다. 민심을 고려해 명칭만 순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과 학계에는 부동산 조직 신설에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감독기구에서 감독원, 분석원까지 결국 시장을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근본적인 시각과 내용은 바뀐 게 없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개인의 계좌 추적은 재산권 침해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되면 오히려 이 기구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기구 설립보다 개업 공인중개사가 거래 질서를 확립할 수 있도록 징계위원회 설립, 조사 고발권 부여 등의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