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피크(정점) 한국’은 언제인가?
2020-07-27 11:27
-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는 일본, 그들의 경험과 자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국력이 상승하거나 추락하는 궤적의 이면에는 외부적 혹은 내부적 환경이 병존한다. 이에 적응하고 변신하는 리더십과 국민성에 따라 결과는 판이해진다. 국력이 정점(Peak)까지 도달하는 국가도 있지만 중도에 하차하는 국가도 수두룩하다. 결국, 경제력이 국력의 평가 결과로 나타나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가 이의 성패를 좌우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국가의 방향과 목표를 어디에 두고 구성원들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상당수의 국가가 잘못된 선택으로 리더십이 결정되고, 거기에 함몰된 절대다수가 국가를 수렁에 빠져들게 한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지만, 더 많은 성공을 만들어내는 국가가 궁극적으로 우위에 서게 된다.
최근 국내 서점에도 소개된 ‘마지막 정점을 찍은 일본, 피크 재팬’이라는 책의 내용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인 브래드 글로서먼이 27년간 일본에 체류하면서 제삼자적 관점으로 일본의 부침(浮沈)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하였다는 점에서 공감이 가는 점이 많다. 전적으로 맞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현대 일본의 고민을 객관적으로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일본 국력의 피크가 거품 경제가 붕괴하기 시작한 지난 1990년대 초가 아니고 오히려 지금이라는 보는 관점이 특이하다. 두 번의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일본이 근자에 다소 회복력을 보이긴 했지만 화려했던 과거로의 회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내부 반발이 있긴 하지만 냉엄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금이 우리 국력 정점이면 너무 억울, 정치 정상화와 시대정신에 민감한 국민 자각 필요
일본의 국력이 후퇴하면서 그들이 경험한 내우외환을 정리해 보자. 우선으로 지적되는 것은 고질적인 정치 후진성이다. 잃어버린 20년의 고비마다 정치적 리더십이 실종하면서 방황과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1993년, 2009년 약 4년간 야당의 집권이 있었지만, 자민당 1당 혹은 1.5당 독주 체제가 이어져 오고 있다. 현재의 일본을 만든 장본인들이 자민당과 이를 지지한 유권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굴곡의 터널을 벗어나 일본 재건에 대한 책임까지도 이들에게 맡겼다. 일시적으로 경제가 살아나기도 했지만 완벽한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겹친 코로나 사태는 다시 정치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 현 집권 세력의 보수 우경화에 대한 혐오가 다시 꿈틀거리고, 큰 국가보다 보통 국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 국력의 피크는 언제인가? 단군 이래 이만큼 잘살아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앞만 보고 달리면서 국력이 계속 상승해왔다. 하지만 근자에 성장동력이 상실하면서 가진 파이를 놓고 서로 차지하려는 이전투구(泥田鬪狗)로 자중지란이다. 미래는 안중(眼中)에도 없다. 일본과는 다르게 역동적인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생산적인 결과로 연결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또 다른 이야기다. 일본은 정점까지 가본 국가이고, 내려온다고 그들은 여전히 3등이다. 그 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아직은 우리는 정점에 와 있지 않으며, 여기서 주저앉는다면 실로 억울하다. 지금까지 축적해 놓은 많은 것들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정치의 정상적 작동과 국민이 시대정신을 자각해야 그나마 희망을 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