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유상증자 1조원 규모...자구안 마련 속도

2020-05-13 16:58
조원태 회장 등 이사회 열고 3시간 회의
국책은행 지원까지 총 2조2000억원 확보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국책은행으로부터 지원받는 1조2000억원까지 더하면 총 2조2000억원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당장 2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하며 대한항공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다만 경영권 분쟁과 전 세계적인 항공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은 13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빌딩에서 이사회를 진행했다. 이날 이사회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약 3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정부 자금 지원안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 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대한항공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 우선 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공모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한항공 이사회는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지원받는 1조2000억원 규모의 차입 실행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앞서 산은과 수은은 지난달 24일 대한항공에 운영자금 2000억원 지원, 화물 운송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 7000억원 인수, 전환권 있는 영구채 3000억원 인수 등을 통해 총 1조2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이날 이사회에서 당초 안건으로 거론됐던 기내식과 항공정비(MRO) 사업부 매각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 우 사장은 이사회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사업부 매각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기내식과 MRO 사업 등은 대한항공의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 대한항공이 전방위적인 자구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핵심 사업부의 매각 등도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이외에도 자본 확충을 위한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회사 소유의 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재편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도 추진 중이다. 또 대한항공은 전 임원이 최대 50% 급여를 반납한 데 이어 직원의 70%가량이 6개월간 휴업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의 이번 유상증에는 지주사 한진칼도 경영권 유지를 위해 참여할 전망이다. 한진칼은 14일 열리는 이사회를 통해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의 지분 29.96%를 들고 있는 한진칼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30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진칼은 그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진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412억원에 불과해 추가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자금 조달 방법은 유상증자나 계열사 지분 또는 부동산 담보 대출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조 회장 측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연합(KCGI,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중심으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할 경우 셈법이 복잡해진다. 
 

13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의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