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 체중 감량 아닌 생존 문제”

2019-09-19 20:26
韓, 2030년 고도비만 인구 지금의 2배 전망

#30대 직장인 A씨는 키 179cm에 체중 118.5kg으로 BMI(체질량지수)가 36.98(㎏/㎡)인 고도비만‧당뇨환자였다. 9년 전 당뇨 진단 이후 당뇨약을 꾸준히 복용했지만 혈당조절이 전혀 되지 않았다. 숨이 금방 차고, 소변을 5~10분 만에 하는 등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 그러던 중 A씨보다 더 오래전부터 당뇨를 앓고 있던 A씨의 아버지가 증상이 심해지면서 다리를 절단하게 됐다. 불안함을 느낀 A씨는 올해 초 대학병원 외과를 찾아 비만대사수술을 받았다. 위우회술을 받은 A씨는 수술 직후 당뇨약을 먹지 않는다. 8개월이 지난 후 몸무게는 92kg이 됐다. A씨는 “요즘은 피로함이 덜해 가족과 나들이도 간다.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전했다.

고도비만 문제를 수술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비만 중에서도 고도비만은 당뇨, 고혈압 등 동반질환 발병 위험성을 증가시켜 그 자체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병적 비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메드트로닉코리아는 19일 서울 대치동에서 ‘고도비만의 이해와 비만대사수술 후 환자 삶의 변화’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고도비만은 자신의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BMI가 30㎏/㎡ 이상일 때로 정의하며, 정상인 대비 당뇨, 고혈압 등 동반질환 발병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당뇨 발병은 고도비만에서 정상인 대비 4배 이상 높으며, 고혈압 발생 위험은 3배 가량 높다.

그런데 우리나라 고도비만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은 2030년 고도비만 인구가 지금의 2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반 건강검진 수검자 약 1400만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성인 비만 이상(비만‧고도비만‧초도고비반) 유병률은 전체의 36.6%인 519만9212명으로 나타났다. 그 중 고도비만 유병률은 4.7%인 6만64405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용진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학술위원장 “비만수술 또는 체중감량수술의 명칭이 비만대사수술로 이름이 바뀐 이유는 비만이 단순히 체중 감량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수술로 비만을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비만대사수술의 대표적인 수술방식으로는 복강경 조절형 위밴드삽입술, 복강경 위소매절제술, 복강경 위우회술 등이 있다”며 “비만이라는 이유로 위를 절제해야 한다는 방식이 꺼려질 수 있다. 하지만 수술하고 난 후에 체중이 30% 가량 감량되며 당뇨 완치 및 호전율이 70%에 달해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비용문제의 개선도 수술을 추천하는 이유로 꼽았다. 그는 “그동안 비만대사수술은 1000여만원의 높은 비용으로 인해 제한적으로 환자에게 적용돼 왔다”며 “올해부터 수술에 대한 국민건강보험급여가 적용돼, 환자 본인 부담 비용이 대략 250만원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여가 되면서 비만 치료 인식 개선의 첫 단추가 잘 채워졌다. 비만대사수술은 고도비만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이 치료법이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편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비만의 사회경제적 총 손실은 2016년 기준 11조4679억원으로 해당 연도 국내총생산(GDP)의 0.7% 정도에 이른다. 지난해 의료비에 의한 손실규모는 5조8858억원, 생산성 저하 비용은 2조3518억원으로 집계됐다.
 

19일 서울 대치동 메드트로닉코리아에서 열린 비만대사수술 미디어세션에서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학술위원장인 김용진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비만당뇨수술센터장이 발표하고 있다.[사진=메드트로닉코리아 제공]